미국의 대(對)북한 정책이 혼란스럽다. 공식 대북 창구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베를린회담을 가진 뒤 “여러 이슈에서 합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금융계좌 관련 북·미협의와 별개로 다음달 6자회담이 열려 북핵 초기조치 합의를 이끌어낼 것이란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한편으론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이 하원 청문회에서 북한의 원자로를 파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또 유엔개발계획(UNDP)의 대북지원에도 제동을 걸었다. 당근과 채찍 병용정책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대북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2005년 9·19 공동성명을 통해 북핵 폐기의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미국이 돌연 BDA 문제를 들고 나오고, 북한이 강력 반발함으로써 6자회담이 장기간 겉돌았다. 북한은 핵실험까지 강행하는 벼랑끝 승부수를 던지기까지 했다. 북한을 달래 핵을 포기시키려면 2005년 가을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UNDP가 북한에 제공하는 인도적 지원이 투명하게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명백한 증거도 없이 UNDP 지원자금이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에 쓰였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내부감사를 통해 증거를 확실히 수집한 뒤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면 될 일이지, 이렇듯 정치적 압박용으로 쓸 사안은 아니다.
미국은 대화를 통해 북핵을 풀어나간다는 자세를 더 분명히 하길 바란다. 행정부와 의회의 입장이 다르고, 그 내부에서 강경·온건파간 대립이 있더라도 외부로 나타나는 정책의 흐름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새달 재개될 예정인 6자회담에서 별 성과가 없으면 한반도 위기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우리 정부도 미국 눈치만 보지 말고, 능동적인 대미 외교활동을 펼쳐야 한다. 북한과 함께 미국이 유연해지지 않으면 북핵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2007-01-22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