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이별연습/최태환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이별연습/최태환 수석논설위원

입력 2006-11-16 00:00
수정 2006-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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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조병화는 삶의 허무와 방황을 자주 노래했다. 그의 시에는 일관된 주제가 있었다. 살아있는 동안의 고독과 죽음에 대한 공포. 세상 끝날 때까지 풀 수 없는 과제다. 피카소는 죽음에 대해 지나친 공포를 가졌던 것으로 유명하다. 괴팍하고 초인같았던 그였기에 사람들은 의외로 받아들였다. 가까운 친지조차 그의 앞에선 죽음에 관한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변덕스러운 천재이면서 상처받기 쉬운 프리마돈나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었을까. 열세살 때 목격한 여동생의 충격적 죽음이 자신의 종말에 대해 그토록 타협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있다.

작고한 시인 김춘수는 말년의 자전소설 ‘꽃과 여우’에서 맞이하고 싶은 죽음을 피력했다. 일제때 친구들에 끌려 처음으로 종3(서울 종로3가의 집창촌)에 들렀다. 낯설고 지저분한 방에 들어섰을 때의 당혹스러움. 그리고 처음 본 여성과 함께 누웠을 때의 불안과 공포. 하지만 이내 편안해졌던 기억. 죽음도 그렇게 맞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제 지인의 부음소식을 들었다. 그는 삶의 마감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2006-11-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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