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규칙하거나 돌발적인 사태를 이해하는 데는 나름대로의 질서나 규칙성을 찾아내는 게 편리할 때가 있다. 복잡계를 설명하는 카오스 이론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 일어난 성범죄에 대해 잠시 생각하려는 것이다.
지난 2월 서울 용산에 사는 한 초등학생이 이웃의 신발가게 아저씨한테 납치돼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됐다. 그제는 인천 일대에서 석달 동안 10여명을 성폭행한 ‘인천 발발이’가 붙잡혔다. 앞서 14일에는 대구에서 여고생 납치 살해 사건이 있었고, 한국으로 유학온 재중 동포 여학생이 40대 범인에 의해 성폭행당한 뒤 살해된 것은 3월에 일어난 일이다.‘발발이’ 이름이 붙은 사건이 이밖에도 몇 건이나 더 있었는지 모른다.
이들 사건의 앞뒤를 보면 일정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사건에 대해 경악하고 분노한다. 그리고는 분석과 진단이 따른다. 올해 일어난 사건들은 상당수가 재범에 의한 것이었다. 성범죄자의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진단도 내려진다. 세번째 단계는 요란한 대책이다. 전자팔찌를 채워야 한다, 신상 정보를 더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제재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들이 국회에 제출된다. 마지막 단계, 사건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혀지고, 법안은 국회에서 낮잠잔다.
아니, 진짜 마지막 단계가 남아 있다. 범죄를 잊고 유야무야 넘긴 틈을 타 범죄자들이 다시 슬그머니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어린 딸들과 약자들이 은밀하게 범죄의 먹이가 되는 단계다. 동일한 패턴이 되풀이되는 데도 대책은 굼뜨다. 피해자나 그 부모가 됐다고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가슴을 칠 노릇이다.
언뜻 신문에 난 사진 한 장이 눈길을 끈다. 성추행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최연희 의원이 7개월 만에 슬그머니 돌아와 의석에 앉아 있는 모습이다. 재판이 끝나지 않았기에 무죄로 추정한다고 해도 그는 공인, 그 중에서도 말과 행동에 엄중한 책임이 따르는 국회의원 아닌가. 정말 이런 식으로 복귀하고, 받아들여도 되는 걸까. 성범죄 대책을 강화한 법률안이 국회에서 낮잠자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강석진 수석논설위원 sckang@seoul.co.kr
지난 2월 서울 용산에 사는 한 초등학생이 이웃의 신발가게 아저씨한테 납치돼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됐다. 그제는 인천 일대에서 석달 동안 10여명을 성폭행한 ‘인천 발발이’가 붙잡혔다. 앞서 14일에는 대구에서 여고생 납치 살해 사건이 있었고, 한국으로 유학온 재중 동포 여학생이 40대 범인에 의해 성폭행당한 뒤 살해된 것은 3월에 일어난 일이다.‘발발이’ 이름이 붙은 사건이 이밖에도 몇 건이나 더 있었는지 모른다.
이들 사건의 앞뒤를 보면 일정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사건에 대해 경악하고 분노한다. 그리고는 분석과 진단이 따른다. 올해 일어난 사건들은 상당수가 재범에 의한 것이었다. 성범죄자의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진단도 내려진다. 세번째 단계는 요란한 대책이다. 전자팔찌를 채워야 한다, 신상 정보를 더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제재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들이 국회에 제출된다. 마지막 단계, 사건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혀지고, 법안은 국회에서 낮잠잔다.
아니, 진짜 마지막 단계가 남아 있다. 범죄를 잊고 유야무야 넘긴 틈을 타 범죄자들이 다시 슬그머니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어린 딸들과 약자들이 은밀하게 범죄의 먹이가 되는 단계다. 동일한 패턴이 되풀이되는 데도 대책은 굼뜨다. 피해자나 그 부모가 됐다고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가슴을 칠 노릇이다.
언뜻 신문에 난 사진 한 장이 눈길을 끈다. 성추행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최연희 의원이 7개월 만에 슬그머니 돌아와 의석에 앉아 있는 모습이다. 재판이 끝나지 않았기에 무죄로 추정한다고 해도 그는 공인, 그 중에서도 말과 행동에 엄중한 책임이 따르는 국회의원 아닌가. 정말 이런 식으로 복귀하고, 받아들여도 되는 걸까. 성범죄 대책을 강화한 법률안이 국회에서 낮잠자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강석진 수석논설위원 sckang@seoul.co.kr
2006-09-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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