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고성장-고물가가 우리 경제의 당연한 현상인 양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언론은 항상 물가만 붙잡고 늘어졌다. 명절을 앞두거나 공공요금 인상방침이 발표되면 ‘서민들 허리가 휘어진다.’며 뛰는 물가를 잡으라고 아우성쳤다. 그러면 물가당국은 레코드판 틀 듯이 연초대비 물가상승률을 제시하며 ‘언론이 몇개 생필품목 값 상승을 전체 물가 폭등인 것처럼 호도한다.’고 반박자료를 내곤 했다.
1997년초에 기용된 강경식 경제팀도 마찬가지였다. 언론은 외환위기 가능성보다는 주로 경상수지 적자 확대, 기업의 부채 증가 등을 단골 메뉴로 정부를 공격했다. 강 경제팀은 이에 ‘펀더멘털론’으로 맞섰다. 특히 강 부총리는 전국적인 순회 특강을 통해 각종 거시지표들을 열거하면서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튼튼하다.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위축시키는 언론이 문제다.’라는 식으로 홍보전을 전개했다. 그러다 보니 5월부터 외환시장에서는 외채 차입 이자율이 급상승하고 있었음에도 위기의 신호음을 간파하지 못했다. 당시 한 고위관료는 정권 말기에 마무리투수를 기용해야 할 시점에 선발투수용인 강 부총리를 기용한 것이 ‘패착’이라고 진단했다.
경제정책을 세울 때 ‘지표’와 ‘실물’을 동시에 살펴보는 것은 상식이다. 거시지표는 괜찮게 나타나더라도 실물쪽이 시원찮다면 겉만 번지레하고 엔진에 이상이 생긴 롤스로이스나 다름없다. 운전자는 롤스로이스라고 자랑할지 모르지만 언제 시동이 꺼질지 몰라 불안해하는 탑승자에게는 먹혀들 리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도 이와 흡사하다. 노 대통령은 KBS와의 특별대담에서 참여정부 들어 주가가 2배 가까이 오른 것을 사례로 들며 ‘경제는 정상인데 민생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말하자면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책임지는 나라살림은 제대로 하고 있다는 항변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정치보다 민생경제 챙기기에 주력해달라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주문에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거부했다.
경제란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들을 구제한다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축약어다. 예로부터 경제와 민생은 따로가 아닌 것이다. 경제와 민생을 별개로 구분하는 한 민심을 얻지 못한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1997년초에 기용된 강경식 경제팀도 마찬가지였다. 언론은 외환위기 가능성보다는 주로 경상수지 적자 확대, 기업의 부채 증가 등을 단골 메뉴로 정부를 공격했다. 강 경제팀은 이에 ‘펀더멘털론’으로 맞섰다. 특히 강 부총리는 전국적인 순회 특강을 통해 각종 거시지표들을 열거하면서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튼튼하다.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위축시키는 언론이 문제다.’라는 식으로 홍보전을 전개했다. 그러다 보니 5월부터 외환시장에서는 외채 차입 이자율이 급상승하고 있었음에도 위기의 신호음을 간파하지 못했다. 당시 한 고위관료는 정권 말기에 마무리투수를 기용해야 할 시점에 선발투수용인 강 부총리를 기용한 것이 ‘패착’이라고 진단했다.
경제정책을 세울 때 ‘지표’와 ‘실물’을 동시에 살펴보는 것은 상식이다. 거시지표는 괜찮게 나타나더라도 실물쪽이 시원찮다면 겉만 번지레하고 엔진에 이상이 생긴 롤스로이스나 다름없다. 운전자는 롤스로이스라고 자랑할지 모르지만 언제 시동이 꺼질지 몰라 불안해하는 탑승자에게는 먹혀들 리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도 이와 흡사하다. 노 대통령은 KBS와의 특별대담에서 참여정부 들어 주가가 2배 가까이 오른 것을 사례로 들며 ‘경제는 정상인데 민생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말하자면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책임지는 나라살림은 제대로 하고 있다는 항변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정치보다 민생경제 챙기기에 주력해달라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주문에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거부했다.
경제란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들을 구제한다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축약어다. 예로부터 경제와 민생은 따로가 아닌 것이다. 경제와 민생을 별개로 구분하는 한 민심을 얻지 못한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2006-09-0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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