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에서 낯익은 인사와 마주쳤다.5공화국에서 청와대 수석과 장관을 지낸 이였다. 성성한 백발에 노인의 기색이 완연했다. 인사할 정도의 면식은 없었기에 그냥 쳐다만 보았다. 한때는 대통령의 측근 실세로 불리며 무소불위의 권세를 휘둘렀는데…. 좌석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모양새가 처량했다.
그가 먼저 내렸다. 뒷모습 역시 풀이 죽은 게 처연했다.“저렇게 될 걸 당시엔 무슨 호기를 그리 부렸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났다. 곰곰이 따지니 좋게 봐줄 구석도 있었다. 함께 세도를 누렸던 실세들 대부분은 감옥을 다녀왔다. 그는 부정비리 파문에 별로 오르내리지 않았다. 늘그막에 전철을 이용하는 것을 보면 개인적인 축재를 덜한 듯싶었다.
며칠 후 여러 차례 국회의원을 지낸 인사를 역시 전철 안에서 만났다. 이번에는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이렇게 가장 비싼 차를 타고 다닙니다.” 전혀 거리낌이 없는 그의 태도에 덩달아 즐거워졌다. 그는 잘나갈 때도 항상 겸손했다. 전철이 최고급 교통수단이라는 얘기가 조금도 어색하게 들리지 않았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그가 먼저 내렸다. 뒷모습 역시 풀이 죽은 게 처연했다.“저렇게 될 걸 당시엔 무슨 호기를 그리 부렸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났다. 곰곰이 따지니 좋게 봐줄 구석도 있었다. 함께 세도를 누렸던 실세들 대부분은 감옥을 다녀왔다. 그는 부정비리 파문에 별로 오르내리지 않았다. 늘그막에 전철을 이용하는 것을 보면 개인적인 축재를 덜한 듯싶었다.
며칠 후 여러 차례 국회의원을 지낸 인사를 역시 전철 안에서 만났다. 이번에는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이렇게 가장 비싼 차를 타고 다닙니다.” 전혀 거리낌이 없는 그의 태도에 덩달아 즐거워졌다. 그는 잘나갈 때도 항상 겸손했다. 전철이 최고급 교통수단이라는 얘기가 조금도 어색하게 들리지 않았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2006-08-2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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