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들러리 후보/강석진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들러리 후보/강석진 수석논설위원

입력 2006-08-25 00:00
수정 2006-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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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방송사의 유명 여자 아나운서가 재벌집안으로 시집간다는 이야기가 장안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연예인 결혼 따위의 기사가 인기를 모으는 세태인지라, 예비신랑이 함을 보낸 날의 스케치 기사도 사이버 공간에서 클릭 수를 제법 올렸다. 파란 마고자 차림에 오징어 뒤집어 쓴 함진아비가 나타나자 신부쪽에서는 동료 아나운서들이 여러 명 들러리로 나서서 분위기를 돋웠단다.

역대 최강의 들러리는 프로골퍼 타이거 우즈. 프로 골프 메이저 대회를 휩쓸고 있는 우즈는 올 4월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의 결혼식에 들러리 서려고 뉴질랜드까지 날아가 세인을 감동시켰다. 정말이지 누군가의 들러리를 선다는 것은 즐겁고 의미있는 추억이 될 것 같다. 그래서 아름다운 조연인 들러리를 예찬한 수필가도 있다.

국제결혼이 늘어나는 요즘 비용이 얼마나 들까 궁금해서 국제결혼정보회사 사이트를 뒤져본 적이 있다. 구체적인 액수가 나와 있지 않아 마우스를 일본 쪽으로 클릭하니 비용이 나온다. 일본 신랑이 중국 신부와 맞선 보러 세번 가는데 200만엔 정도가 든다. 한국 사이트에는 들러리에 대한 언급이 없는데 일본 사이트에는 들러리가 동행할 경우 45만엔이 더 든다고 꼼꼼히 소개돼 있다. 한 결혼정보회사는 아예 “직원이 들러리까지 서주니 안심하세요.”라고 선전한다. 들러리가 서양만의 결혼 풍습은 아니게 됐다.

들러리 이야기가 화사하고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바다이야기’를 심의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한 심의위원은 일부 위원이 심의를 주도하고 나머지 위원은 들러리였다면서 흑막이 있는 듯 폭로했다. 대통령의 인사를 야멸차게 비판하는 데도 들러리의 존재는 어느새 주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제 대통령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 전직 장관을 임명하자 후보 공모에 응했던 이사 등 2명이 들러리 후보였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줄인다고 공모제를 도입한 자리마다 들러리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본디 들러리는 마귀로부터 신부를 보호하는 역할에서 유래했건만,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들러리 세우기가 오히려 화(禍)를 부르고 있다.

강석진 수석논설위원 sckang@seoul.co.kr
2006-08-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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