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대선주자들이 명심할 일/육철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대선주자들이 명심할 일/육철수 논설위원

입력 2006-08-22 00:00
수정 2006-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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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맘때쯤이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막 돌았을 무렵, 어느 언론에서 차기 대선주자들의 지지도를 대문짝만하게 보도했다. 권력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아무리 그래도 예의상 좀 심했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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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철수 논설위원
육철수 논설위원
참여정부의 권위가 없거나, 힘이 빠져 몰랑몰랑하게 보였거나, 그도저도 아니면 단순히 정부를 약올리려는 전략적 보도였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그렇게 일찍 대선주자들이 전면에 떠오른 것은 과거엔 볼 수 없던 일이라 적이 놀랐다.

1년 전이나 지금이나 유력 대선주자들은 그대로다. 소극적이던 주자들은 이제 소신을 밝히기 시작했으며, 일부는 국민의 소리를 듣겠다며 민생 속으로 들어가 있다. 지금도 대선주자들이 부각되는 데 대해 이른 감이 있으나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속 편할 것 같다. 다음 대통령은 이변이 없는 한 현재 거명되는 정치인들 중에 나올 것이라는데는 이론(異論)이 없을 듯하다.

대선주자들의 조기 부상과 함께 특이한 대목은 일부의 행보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100일 민심대장정’은 벌써 50일을 넘겼다. 민심 현장을 찾아다니느라 텁수룩한 수염에다 땡볕에 그을린 얼굴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변해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내륙운하 건설을 위한 탐사활동을 최근 시작했다. 두 사람은 예전의 대권주자들이 시도해보지 못한 것을 보여주어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런 정치효과가 내년 당내 경선과 대선 때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서민과 호흡을 맞추고, 나라의 장래를 위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람들이 여야(與野)에 많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복이라 할 만하다. 국민의 소중함을 깨닫고 색다른 행보를 보이는 대권주자들을 접하면서 앞으로는 대통령되기도 꽤나 힘들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대권주자들에게 한 가지 조언하고 싶은 게 있다면, 개인의 이미지와 인지도를 높이는 일도 중요하나 현 정권에 대한 협조도 아끼지 말라는 점이다. 한 나라의 정권이란 육상의 릴레이 경기와 비슷해서다. 릴레이는 혼자만 잘 뛴다고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 주자 모두가 맡은 구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차기 대권을 잡은 사람은 좋으나 싫으나 현 정권의 성공과 실패를 안고 갈 수밖에 없을 것이고, 영향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직전 정권에 허물이 많아 설거지에 매달리다 보면 민생탐방 등으로 어렵게 구상한 정책의 구현에 집중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

과거의 예를 보면, 노태우 정권은 5공 청산하느라 세월을 허송했다. 김영삼 정권은 군사문화 청산과 역사 바로세우기로 집권초기 시간을 써야 했다. 김대중 정권은 외환위기로 거덜난 곳간 채우느라 바빴고, 현 정부도 직전 정부가 실시한 경기부양의 폐해를 고스란히 뒤집어썼다. 따라서 차기 정권이 취임 초기 이것저것 신경 안 쓰고 국력소모를 최소화하려면 현 정부의 성공은 필수적이다. 정권 차원이 아니라 크게 보아 나라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그래야 한다는 얘기다.

다행히 노 대통령은 다음 정권을 맡을 사람에게 ‘꼬부라진 마음’도 있으나 ‘펴진 마음’으로 잘해서 바통을 넘겨줄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 대권주자들도 현 정부의 실책으로 반사이익을 노리기보다는 성공을 도왔으면 싶다. 그것이 유권자의 표 더 얻는 것만큼 유용한 일이며, 차기 정부가 시종일관 제 페이스로 국정을 이끌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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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6-08-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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