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면. 가장 널리 쓰이는 석면의 종류이자 존경하는 은사님의 별명이기도 하다. 선생님의 성이 백씨이기도 하려니와 그 분의 연구주제가 석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석면의 유해성이 널리 알려지기 전인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그 사실을 알리기 시작했고, 덕분에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상당한 고초도 겪으셨다고 한다. 지난 20년간 연구실을 거쳐 간 제자들은 대부분 석면과 관련된 뭔가를 조금씩은 했다. 석면 먼지 펄펄 날리는 작업장에 며칠씩 출근하면서 공기 중 석면 농도를 측정하기도 했고, 건물 천장의 자재를 뜯어오기도 했다.
며칠전 은사님과 연구실 후배들을 만났다. 지난 5월 서울대 중앙도서관의 환경개선 공사 때 석면가루가 날린 사고가 이야깃거리가 됐다. 그날 모임에서 가장 안도한 사람은 물론 도서관과는 담을 쌓고 사는 후배였다.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석면은 ‘하늘이 내린 선물’로 칭송되던 물질이다. 불에 잘 타지 않고, 마찰에 잘 견디고, 절연성 좋고, 화학약품에도 끄떡없는 그야말로 환상의 재료이기 때문이다. 화재 위험이 있는 설비에는 석면테이프를 감았고, 건물 단열재로도 석면보드와 석면슬레이트가 으뜸이었다. 건물 천장에 스프레이로 석면을 뿌리기도 했다. 헤어드라이어나 토스터 같은 전열기구에도 석면이 쓰였다. 그러고 보니 어렸을 적 과학실험 시간에도 썼다. 알코올 램프에 불을 붙이고 삼발이 위에 석면을 입힌 철망을 올리곤 했다.
이렇게 쓰임새가 다양한 석면은 불행히도 인체에 회복할 수 없는 해를 입힌다. 대표적인 질병이 폐암과 중피종암이다. 벤젠과 같은 발암물질은 몸 속에서 대사되기도 하고 빠져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호흡을 통해 몸 속으로 들어간 석면 먼지는 평생 녹지도, 빠져나오지도 않는다. 그만큼 더 위험하다. 몸 안에 10년이상 머물면서 체내조직과 염색체에 손상을 입히고, 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석면을 20년이상 취급한 사람이 폐암에 걸릴 확률은 석면을 취급하지 않는 사람보다 10배 높다. 석면을 다루면서 담배까지 피우면 폐암에 걸릴 확률은 40배로 높아진다. 중피종암은 몸에 들어온 석면먼지가 폐를 뚫고 늑막이나 복막까지 들어가 일으키는 암인데, 대부분 진단을 받고 1년 안에 사망하는 무서운 병이다.
주로 석면을 취급하는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돼 온 석면의 건강피해가 최근 우리 주변의 생활환경에서 문제로 등장했다.2005년 6월 일본 오사카의 대형 건설기계업체인 구보타 공장에서 일했던 근로자 중 115명이 중피종암에 걸렸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주목할 점은 공장에서 일한 적이 없는 지역주민 3명도 걸린 것이다. 이에 구보타사는 2500만∼4600만엔의 위로금을 주민들에게 지급했다. 연구에 따르면 공장 반경 1㎞내에 거주한 경우 중피종암에 걸릴 확률이 5∼12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향후 40년간 일본에서 10만명이 석면으로 인한 중피종암에 걸리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구보타 사례가 남의 나라 일 같지가 않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겠지만 20년전 우리나라 석면 취급사업장의 대부분은 작업장 창문을 열어 놓기 일쑤였다. 허용기준을 훨씬 넘어선 작업장 공기가 주민들에게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석면으로 인한 폐암 또는 중피종암의 잠복기가 10∼30년 정도 되니까 수십년 전에 노출된 석면이 지금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2009년부터 석면제품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석면 문제가 2009년부터 사라지는 것은 분명 아니다. 지금 당장 석면사용을 금지해도 향후 50년 동안은 지금까지 사용한 석면 때문에 골치를 앓게 될 것이다. 지하철역, 지하상가, 초등학교 교실, 아파트 재건축 현장, 시민회관 등에서 석면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연일 이어진다. 석면을 취급하는 근로자뿐 아니라 일반 국민이 석면에 노출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박정임 한국환경정책평가硏 책임연구원
며칠전 은사님과 연구실 후배들을 만났다. 지난 5월 서울대 중앙도서관의 환경개선 공사 때 석면가루가 날린 사고가 이야깃거리가 됐다. 그날 모임에서 가장 안도한 사람은 물론 도서관과는 담을 쌓고 사는 후배였다.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석면은 ‘하늘이 내린 선물’로 칭송되던 물질이다. 불에 잘 타지 않고, 마찰에 잘 견디고, 절연성 좋고, 화학약품에도 끄떡없는 그야말로 환상의 재료이기 때문이다. 화재 위험이 있는 설비에는 석면테이프를 감았고, 건물 단열재로도 석면보드와 석면슬레이트가 으뜸이었다. 건물 천장에 스프레이로 석면을 뿌리기도 했다. 헤어드라이어나 토스터 같은 전열기구에도 석면이 쓰였다. 그러고 보니 어렸을 적 과학실험 시간에도 썼다. 알코올 램프에 불을 붙이고 삼발이 위에 석면을 입힌 철망을 올리곤 했다.
이렇게 쓰임새가 다양한 석면은 불행히도 인체에 회복할 수 없는 해를 입힌다. 대표적인 질병이 폐암과 중피종암이다. 벤젠과 같은 발암물질은 몸 속에서 대사되기도 하고 빠져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호흡을 통해 몸 속으로 들어간 석면 먼지는 평생 녹지도, 빠져나오지도 않는다. 그만큼 더 위험하다. 몸 안에 10년이상 머물면서 체내조직과 염색체에 손상을 입히고, 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석면을 20년이상 취급한 사람이 폐암에 걸릴 확률은 석면을 취급하지 않는 사람보다 10배 높다. 석면을 다루면서 담배까지 피우면 폐암에 걸릴 확률은 40배로 높아진다. 중피종암은 몸에 들어온 석면먼지가 폐를 뚫고 늑막이나 복막까지 들어가 일으키는 암인데, 대부분 진단을 받고 1년 안에 사망하는 무서운 병이다.
주로 석면을 취급하는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돼 온 석면의 건강피해가 최근 우리 주변의 생활환경에서 문제로 등장했다.2005년 6월 일본 오사카의 대형 건설기계업체인 구보타 공장에서 일했던 근로자 중 115명이 중피종암에 걸렸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주목할 점은 공장에서 일한 적이 없는 지역주민 3명도 걸린 것이다. 이에 구보타사는 2500만∼4600만엔의 위로금을 주민들에게 지급했다. 연구에 따르면 공장 반경 1㎞내에 거주한 경우 중피종암에 걸릴 확률이 5∼12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향후 40년간 일본에서 10만명이 석면으로 인한 중피종암에 걸리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구보타 사례가 남의 나라 일 같지가 않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겠지만 20년전 우리나라 석면 취급사업장의 대부분은 작업장 창문을 열어 놓기 일쑤였다. 허용기준을 훨씬 넘어선 작업장 공기가 주민들에게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석면으로 인한 폐암 또는 중피종암의 잠복기가 10∼30년 정도 되니까 수십년 전에 노출된 석면이 지금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2009년부터 석면제품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석면 문제가 2009년부터 사라지는 것은 분명 아니다. 지금 당장 석면사용을 금지해도 향후 50년 동안은 지금까지 사용한 석면 때문에 골치를 앓게 될 것이다. 지하철역, 지하상가, 초등학교 교실, 아파트 재건축 현장, 시민회관 등에서 석면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연일 이어진다. 석면을 취급하는 근로자뿐 아니라 일반 국민이 석면에 노출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박정임 한국환경정책평가硏 책임연구원
2006-08-2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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