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예루살렘 정도(定都) 3000년’ 기념행사 취재차 이스라엘에 갔을 때의 일이다. 공항 밖에는 외무부 사람 둘이 기자단을 따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샤피로라는,50세 안팎의 관광가이드였다. 보름 가까이 전국의 주요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겪어 본 샤피로는 완벽하다고 할 만한 가이드였다. 이스라엘 최고의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해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당연하게도 역사·문화에 깊은 지식을 갖고 있었고 열정 또한 대단했다. 관광객 수준에 맞춰 쉬운 영어를 구사할 줄도 알았다. 일행 중에 제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싶으면 그는 천천히, 또박또박, 반복해서 설명했다. 그와 며칠 다녔더니, 유대인은 정말 위대한 민족이고 그들이 팔레스타인 땅을 빼앗아 나라를 재건한 일이 당연하다고 여겨질 정도였다. 그러면서 샤피로 같은 관광가이드를 키우는 이스라엘은 정말 무서운 국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립 민속박물관이 중국인 관광객들 틈에 전문연구원을 끼워 넣어 통역안내사의 설명을 점검해 보니 황당한 역사 왜곡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금속활자·고려청자·측우기 등 세계적인 발명품을 포함한 우리 유물·유적 대부분을 중국에서 들여오거나 중국 것을 본떴다고 설명한다는 것이다. 한글을, 술 취한 세종대왕이 창살을 보고 우연히 만들었다는 말까지 한다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중국은 아시아 일대를 휩쓸고 있는 한류의 발원지로, 지금도 우리의 TV드라마·가요가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다. 또 삼성·LG 등의 가전제품은 그 땅에서 부의 상징으로 인정받는다. 그런데 그 국민이 막상 이곳에 와서 한국 전통문화가 중국의 아류라는 식의 잘못된 지식을 얻고 돌아간다면 우리를 바라보는 눈이 어떻게 바뀌겠는가. 생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일이다.
관광가이드는 우리의 문화·역사를 외국인에게 알리는 첨병 구실을 한다. 그 막중한 업무를 불법 체류하는 화교·조선족들에게 떠맡기다시피 해 한국의 이미지를 추락시켰으니 문화·관광 당국이 지은 죄 실로 크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국어 관광가이드의 자격 요건을 더욱 강화하고 그들에게 문화·역사 교육을 수시로 시키며, 불법 가이드가 끼어들 틈새를 없애는 등 종합적인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국립 민속박물관이 중국인 관광객들 틈에 전문연구원을 끼워 넣어 통역안내사의 설명을 점검해 보니 황당한 역사 왜곡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금속활자·고려청자·측우기 등 세계적인 발명품을 포함한 우리 유물·유적 대부분을 중국에서 들여오거나 중국 것을 본떴다고 설명한다는 것이다. 한글을, 술 취한 세종대왕이 창살을 보고 우연히 만들었다는 말까지 한다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중국은 아시아 일대를 휩쓸고 있는 한류의 발원지로, 지금도 우리의 TV드라마·가요가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다. 또 삼성·LG 등의 가전제품은 그 땅에서 부의 상징으로 인정받는다. 그런데 그 국민이 막상 이곳에 와서 한국 전통문화가 중국의 아류라는 식의 잘못된 지식을 얻고 돌아간다면 우리를 바라보는 눈이 어떻게 바뀌겠는가. 생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일이다.
관광가이드는 우리의 문화·역사를 외국인에게 알리는 첨병 구실을 한다. 그 막중한 업무를 불법 체류하는 화교·조선족들에게 떠맡기다시피 해 한국의 이미지를 추락시켰으니 문화·관광 당국이 지은 죄 실로 크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국어 관광가이드의 자격 요건을 더욱 강화하고 그들에게 문화·역사 교육을 수시로 시키며, 불법 가이드가 끼어들 틈새를 없애는 등 종합적인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2006-07-2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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