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낯선 감사의 편지와 함께 단정하게 생긴 여학생의 사진과 몇 줄의 소개글을 받았다. 회사에서 얼마 전부터 실시하고 있는 ‘개인기부 프로그램’에 대표이사인 필자도 개인 자격으로 참가해 일정 금액을 약정했는데 그 기부 금액이 어떻게 쓰여지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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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강 신세계 백화점부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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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강 신세계 백화점부문 대표
적게는 매월 2000원에서부터 몇 만원까지 수만 명에 이르는 기부자들이 이런 식으로 자신이 낸 기부금에 대해 피드백을 받았다. 물론 회사의 힘만으로는 부족했고, 외부 전문기관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필자도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현재 국내에는 모금을 전문으로 하는 자선단체나 기관은 많은데 비해 모금된 기부금을 적재적소에 배분하는 전문기관은 몇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개인적으로나 각종 모임에서 여러 종류의 기부금을 낸 적은 있지만 돈이 누구에게 쓰여졌는지 알려준 곳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더욱이 홈페이지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확인해 볼 수 있다는 것도 뜻밖이었다. 과거 같았으면 돈 낸 사실조차 잊었을 법한데 이 번에는 내가 누군가의 후원자가 되었다는 뿌듯함과 함께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 기회를 준 셈이다.
고기보다는 고기 낚는 법을 알려 주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일시적인 기부보다는 후원결연과 같은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새삼 느꼈다.
얼마 전 미국의 빌 게이츠가 자선사업에 주력하겠다며 조기 은퇴를 선언한 데 이어 워런 버핏이 역대 기부 액중 사상 최대의 규모인 35조원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여기서 워런 버핏이 우리를 한번 더 놀라게 한 것이 있다. 워런 버핏의 자녀가 운영하는 자선단체가 3개나 있고 세상을 떠난 부인을 위해 만든 재단도 있었지만 자선사업에 남다른 열정을 가진 빌 게이츠에게 기부액 대부분을 맡기기로 했다는 점이다.
필자는 부자가 기부금을 내놓으면 명예와 함께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그들의 기부문화도 부러웠지만 기부 이후의 과정을 더 중시하는 그들의 기부시스템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 기금 모금가 협회가 발행하는 자선기부 보고서인 ‘Giving USA’에 따르면 2004년 말 기준으로 미국인의 전체 기부금 중 약 80%를 개인 기부가 차지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반대로 기업의 기부금이 8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나머지 20%가 개인 기부라는 이야기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도 민간단체 주도로 모금운동이 활성화되고 있고 푸드뱅크나 어린이 공부방 지원 등 기부형태도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수입의 1%를 기부하자는 새로운 개념의 모금방식도 우리나라 기부문화를 한단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더욱이 요즘엔 카드회사나 이동통신회사는 물론 유통업체들도 적립된 포인트를 현금처럼 기부할 수 있도록 마케팅과 연계된 기부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있다.
이처럼 돈을 모금하는 단체와 방법은 발전하고 있지만 모아진 돈이 적절한 곳에 사용될 수 있도록 어려운 대상을 찾고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적인 접근 노력은 아직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얼마 전 미 슈퍼볼 MVP인 하인스 워드가 자신의 개인 기부로 재단을 만들면서 “앞으로 한국에 적절한 인력을 배치해 재단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할 것이다.”라며 운영시스템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기부금을 모으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그 돈이 잘 쓰여질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것 역시 자선의 의미를 더욱 가치 있게 해주는 일이다.
석강 신세계 백화점부문 대표
2006-07-1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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