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방을 찾았다가 그곳 대학에 재직 중인 고교 동기생들이 들려준 이야기.30여년 전 고교시절을 얘기할 때면 한결같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은사에 얽힌 일화였다. 칠순을 훨씬 넘기신 선생님이 어느 날 홀연히 자신들이 터를 잡고 있는 지방을 방문했더란다. 같은 대학에 있던 동기 5명은 선생님을 모시고 술집으로 직행했다. 다섯명이 고교 시절 칠판에 손을 뻗어 엎드리게 하고 유난히 매섭게 회초리를 휘둘렀던 선생님을 상기시키며 앞다퉈 술잔을 권했다. 그 바람에 선생님은 금방 인사불성에 이를 정도로 만취상태가 되었다. 그리곤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주정이 시작됐다나. 참다못한 한 녀석이 ‘선생님 그만 하시죠.’하며 몇 차례 만류했다고 한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선생님을 택시에 모시고 여관에 도착하는 순간, 선생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나쁜 놈들, 스승을 욕되게 했다는 것이다. 당장 무릎 꿇고 손을 들라고 했다. 오십줄에 든 교수 제자들은 여관 앞 마당에 20여분 동안 꿇어 앉아 손 든 채 벌을 섰다고 한다. 아직도 선생님의 신화는 계속되는 것 같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선생님을 택시에 모시고 여관에 도착하는 순간, 선생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나쁜 놈들, 스승을 욕되게 했다는 것이다. 당장 무릎 꿇고 손을 들라고 했다. 오십줄에 든 교수 제자들은 여관 앞 마당에 20여분 동안 꿇어 앉아 손 든 채 벌을 섰다고 한다. 아직도 선생님의 신화는 계속되는 것 같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2006-05-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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