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의료계 시비를 보는 한 시각/심재억 사회부 차장

[데스크시각] 의료계 시비를 보는 한 시각/심재억 사회부 차장

입력 2006-04-19 00:00
수정 2006-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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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사소하달 시비가 최근에 있었습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가 전남대학교의 한의과대학 설립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지요. 의사단체와 한의사 조직의 해묵은 대립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꼭 그렇게 하찮고 시답잖은 일이기만 할까요?

새삼스럽게 ‘전통의학’ 운운하는 고답적인 변론을 상기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근대 이후 한의학의 정체는 시대적 요구가 ‘과학성의 검증’에 있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변화조차 예견하지 못한 한의학계의 단견에 있기는 하지만, 한의학 분쟁과 CT파동에 이어 다시 불거지는 이런 유의 소동을 보면서 아쉽게도 ‘밥그릇’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게 오로지 제가 과문한 탓만은 아닐 것입니다.

문제는 의대 교수협의회의 주장에 상당한 설득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국민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교수협의회가 무슨 말을 하든, 또 한의사 단체가 뭐라 응대를 하든 “우라질, 다 자기들 배 불리려는 짓이야.”라고 여길 국민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전남대의 한의과대학 설립이 정말 ‘의료체계의 혼란과 의료비 부담의 증가 등 국가적 폐해를 증폭’시킬 뿐인 처사라면, 그래서 교수협의회가 진정으로 국민 건강과 국가 정책의 시행착오를 우려했다면 너무나 당연하게도 설득과 계도의 대상은 국민과 정부여야 옳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사안마다 이 단체는 저 조직을 집적이고, 저 조직은 이 단체를 건드리는 식으로는 현안을 매조질 수 있다고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 한의사 조직보다 의사 조직이 규모도 크고 힘도 셉니다. 그만큼 정책결정에 미치는 영향력도 클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런 의사단체가 작심해서 이루지 못한 일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무소불위의 힘을 가졌다손 치더라도 국민들 눈에 ‘무불간섭(無不干涉)’의 행태로 비쳐지는 건 의사 조직이 가진 많은 긍정적 역할 때문에라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말로 한의학에 근거한 모든 의료행위가 ‘국가적 폐해를 증폭’시키기만 할 뿐이라면 그런 조직이 어떻게 현실적으로 국민건강의 일익을 맡고 있으며, 어떻게 수많은 환자들이 그 쪽에 생명의 안위를 위탁하는지를 먼저 설명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는 국립대의 한의대 설립에 반대하는 명분이 결국은 ‘밥그릇 싸움’의 연장으로밖에 이해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한방의 문제를 건너뛸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오로지 과학으로만 가능한 생명의 문제를 아직도 비방(秘方)이라는 미명으로 포장해 꼭꼭 감싸쥐고 있대서야 되는 말이 아니지요. 가는 곳마다 시침료가 다르고, 탕제비도 달라 비싸면 바가지나 안 썼나 싶고, 싸면 혹 비지떡이나 아닐까 싶으니 이래가지고 신뢰를 얻는다는 게 가능한 일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이런 문제를 통째로 ‘국가적 폐해’의 한 요인으로 규정하기 위해서는 의학계가 진정성과 과학성에 더 투철해야 합니다. 막말로 돈에 눈 먼 의사들이 차고 넘칩니다. 지난해 전국 의료기관 885곳을 실사한 결과 77.9%에 해당하는 689곳의 의료기관이 진찰료 청구 등에서 부당행위를 저질러 89억원의 보험금을 부당 청구했다는 복지부 발표도 있었습니다. 문제가 있는 의료기관만을 대상으로 했으니 전체로 보면 구우일모(九牛一毛) 격이지만 그래도 문제는 문젭니다. 또 연구 기능이 취약해 의학적 치료의 공백이 커지고 있는 데도 현실을 도외시한 채 한의학 쪽에 대고 삿대질만 해대는 모양이 우습기도 합니다.

이전투구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의학은 의학적 성과로, 한의학은 한의학적 성과로 말하면 되는 문제이니까요. 국민들 생각으로야 뚱딴지 같은 세대결로 결판이 나기보다 어느 쪽이 정말 국민건강에 이로운지를 두고 우열이 갈리기를 바랄 것임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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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억 사회부 차장
2006-04-1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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