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성별떠나 총리감여부로 판단하라/박지연 정치부 기자

[오늘의 눈] 성별떠나 총리감여부로 판단하라/박지연 정치부 기자

입력 2006-03-23 00:00
수정 2006-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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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4월.17대 총선을 앞두고 일산 고양갑에 출마한 한나라당 홍사덕 전 의원의 보좌관과 통화할 일이 있었다. 판세가 어떠냐고 물었더니 엉뚱한 답이 나왔다.“저쪽 후보는 경력부터 성격까지 흠잡을 게 하나도 없더라. 단점이 없는 게 유일한 단점이다. 우리가 힘들게 됐다.” 허풍 같지 않았다. 이렇게 국회부의장까지 지낸 관록의 홍 전 의원을 물리친 이가 열린우리당 한명숙 의원이다. 그는 요즘 국무총리 후보 ‘넘버원’으로 거론된다.

환영할 일이다. 헌정사상 첫 여성총리가 탄생할지 모른다. 그러나 정치권 반응은 실망스럽다. 그를 가리켜 “온화한 성품…여성…무난할 것…”이라는 평가가 먼저 나온다. 남성에 비해 정치적으로 무색무취해 야당이 덜 반대할 것이라든가, 푸근한 어머니처럼 포용하는 성격이라 전임 총리처럼 야당과 대립하는 일이 적겠다는 식의 업무외적인 평가가 대부분이다. 남성 총리를 인선할 때와는 사뭇 다르다.

공식적인 반응은 없지만,“우리 당 대표가 여성인데 어떻게 여성총리를 반대하겠느냐.”,“연약한 여성이 수많은 장관을 통솔하며 국정을 잘 이끌겠느냐만, 선거 때 여성표 떨어질까 무서워 대놓고 반대 못 한다.”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응도 군색하다. 여성 운동계의 대모로, 가족법과 남녀고용평등법 등의 제정에 앞장섰고 여성부·환경부 장관으로 재직할 때의 평가도 좋았다는 한 의원이 들으면 섭섭하겠다.

그럼에도 여전히 쌍수 들어 환영한다. 첫 여성 총리란 상징하는 바가 크다. 고위 공직자나, 정치력있는 여성 정치인이 많지 않은 현실이라 그렇다. 다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지난해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 출마했을 때의 ‘교훈’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당시 그는 ‘여성’이기에 앞서 경쟁력있는 후보,‘한명숙’이었다. 그런데도 당 의장과 최고위원 4명을 뽑는 전당대회에서 여성은 무조건 한 명이 당선되도록 한 여성 배려조항 덕에 대의원들은 한 의원에게 표를 안 줬다.“여성 배려가 ‘한명숙’을 망쳤다.”는 말이 나왔다. 총리직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성이라는 프리미엄은 언제라도 독이 될 수 있다.

박지연 정치부 기자 anne02@seoul.co.kr

2006-03-2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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