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는 北위폐제작 증거 공개해야

[사설] 美는 北위폐제작 증거 공개해야

입력 2006-02-17 00:00
수정 2006-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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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식 주미대사와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가 놀랄 만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사는 “북한이 북한돈을 발행하는 곳에서 슈퍼노트(초정밀 100달러 위폐)를 위조한 것으로 미국은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시바우 대사는 “북한이 슈퍼노트를 제조할 수 있는 장비·동판을 폐기했다는 물적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북한이 정권 차원에서의 위폐제작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두 외교관의 발언은 민감하기 그지없다. 북한을 압박할 목적이었다면 다른 방법이 나았다고 본다.

이 대사는 슈퍼노트를 직접 봤으며 북한 위폐제조의 증거·사례를 미국으로부터 충분히 설명들었다고 전했다. 이제까지 우리 정부 당국자는 미국이 제시한 증거가 북한의 위폐제작을 단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밝혀왔다. 그런데 이 대사는 다른 소리를 공개적으로 한 것이다. 이 대사의 판단이 정부의 공식입장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특히 이 대사는 미 당국이 최근에도 북한이 위폐를 제작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지나간 정황을 새삼 꺼내든 것이 아니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이런 식으로 변죽을 울릴 게 아니라 미국은 증거를 언론에 공개하고 타당성을 검증받는 편이 낫다.

미 재무부의 2003년 보고서는 위조달러의 주요 제조·유통지역으로 콜롬비아, 불가리아, 중국을 지적했다. 북한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그후 2년여만에 북한의 위폐제작 증거가 집중확인됐다는 설명을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 미국 나름의 판단근거가 있겠으나 심증이 개입한 여지는 없는지 다시 살펴야 한다. 외교관이 앞장서 위폐제작 장비와 동판을 내놓으라고 북한을 윽박지르기에 앞서 합당한 증거들이 먼저 공개되는 것이 순서에 맞다.

위폐논란은 이제 쉽게 덮을 단계는 지났다. 어려운 사안은 우회하는 것도 방법이다. 북한은 6자회담과 연계를 풀고 핵회담에 응하면서 미국과 따로 대화를 통해 위폐문제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금융제재 해제를 받아내는 수순을 택해야 할 것이다. 이근 북한 외무성 국장의 미국방문이 성사되어 북·미대화가 진지하게 이뤄지길 기대한다.

2006-02-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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