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쇼트트랙/한종태 논설위원

[씨줄날줄] 쇼트트랙/한종태 논설위원

한종태 기자
입력 2006-02-14 00:00
수정 2006-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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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금맥’인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은 정말 스릴 넘치는 경기다.111.12m의 랩을 초반엔 출전선수끼리 무리지어 돌다가 결승선을 몇바퀴 남겨놓고는 누구랄 것도 없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추월 경쟁이 벌어진다. 바로 이때부터 손에 땀이 날 정도로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 그리고 결승선 통과 장면에선 환호와 탄식이 교차한다.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남자 1000m 결승에서 김동성이 골인 직전 발을 쭉 내민 ‘칼날 결승선 통과’는 여전히 짜릿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물론 유달리 많은 반칙과 실격, 불공정한 심판 판정이 흥미를 반감시키지만…. 한국의 효자종목인 쇼트트랙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부터다. 지금까지 한국이 거둔 메달 수가 21개라니 가히 세계 최강이다.

13일 새벽 이탈리아 토리노 팔라벨라 경기장에서 쇼트트랙 첫 금메달의 낭보가 전해졌다. 랩을 13바퀴 반을 도는 남자 1500m 결승에서 안현수와 이호석이 각각 1,2위를 차지해 금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건 것이다. 국가별 메달 순위에서도 일약 6위로 도약했다. 남자 1500m 결승은 쇼트트랙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가려지는 경기여서 지대한 관심을 끌었던 터였다. 아마도 경기 결과에 따라 남은 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기 때문이리라. 거기다 올림픽 직전까지도 파벌훈련이니, 선수촌 입촌거부 사태니 볼썽사나운 모습은 죄다 보여준 쇼트트랙 대표팀이었으니 첫 경기에 쏠리는 시선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으리라.

아직도 많은 국민은 4년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남자 1500m 결승전의 울분과 악몽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당시 김동성이 월등한 기량으로 한차례의 추월도 허용치 않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뒤 대형 태극기를 흔들며 링크를 돌고 있는 순간, 심판진은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의 이른바 ‘할리우드 액션’을 보고 김동성에게 진로 방해 실격을 선언하고 오노에게 억지 금메달을 안긴 것이다. 분명한 편파 판정이었다. 이로 인해 반미감정까지 거세게 일지 않았던가.

바로 이 종목에서 안현수가 금메달을 땄으니 그때의 울분이 어느정도 가라앉는 것 같다. 다만 오노가 결승에 오르지 못해 속시원한 복수전이 이뤄지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을 뿐이다. 한국 선수단의 거듭된 선전을 기대한다.

한종태 논설위원 jthan@seoul.co.kr

2006-02-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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