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다테마에/이목희 논설위원

[씨줄날줄] 다테마에/이목희 논설위원

이목희 기자
입력 2006-02-07 00:00
수정 2006-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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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은 두 개의 혀를 갖고 있다.” 내심을 감추고 감언이설로 포장하는 국민성을 꼬집은 말이다. 혼네(本音·속내)와 다테마에(建前·겉치레 혹은 가식). 다테마에가 좋은 쪽으로 나타나면 예절·배려가 되고, 반대라면 속임수가 된다. 근대외교는 다테마에의 이중성과 통하는 측면이 있다.

국가간 분쟁이 발생하면 강제로 조정할 상위기구가 없다. 전쟁으로 화끈하게 결판내면 시원하겠지만 위험부담이 크다. 서로 속셈을 감추고, 적절한 선에서 타협하는 것이 외교 기술이다. 때문에 외교관은 물론, 협상에 나선 국가지도자는 좀처럼 혼네를 드러내지 않는 법이다. 노골적 비판이나 “예, 아니오.”식의 어법을 피해야 한다.

엊그제 공개된 김대중(DJ) 전 대통령 납치사건 관련 외교문서는 일반 상식을 깨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1973년 당시 다나카 가쿠에이 일본 총리가 한국 정부의 2인자 김종필(JP) 국무총리를 만나 혼네를 마구 털어놓았다. 주일한국대사관 김동운 서기관의 DJ납치 관련 행위에 한국 공권력이 개입한 사실이 판명되면 새로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가 “그것은 다테마에”라고 말을 바꾸고 있다.“수사본부는 서서히 눌러가면서 없애겠다. 그런 자(DJ)는 일본에게도 곤란하다. 장래성이 없는 사람이다.” 일본 국민성에도, 외교관례에도 맞지 않는 직설어법이 계속되고 있다.

한·일 고위층간 정치유착 노출을 우려한 언행이라고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다나카와 JP는 골프 용어를 섞어가며 정치적 봉합에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시로 골프정치, 요정정치를 함께하지 않고서는 오가기 힘든 대화다. 그렇더라도 피해국이라고 여겨지는 일본 총리로서 뜻밖의 반응이었다. 일각에서는 정치자금 제공설이 나온다. 한국측이 다나카에게 상당액의 정치자금을 사전 전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일본 정치인이 있었다.

수사를 지휘했던 전직 일본 경시청 간부는 “수사를 종결한다는 당시 회담 내용을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다나카가 일선 부하들에게는 다테마에로 일관한 셈이다. 경시청 공안부에는 DJ납치사건 수사본부가 아직 남아있다고 한다. 공소시효 중지상태로서 수사를 다시 시작할 여지는 있다.DJ납치 과거사조사 과정에서 다나카 혼네의 진정성도 규명돼야 할 것이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2006-02-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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