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요즘 온통 ‘동네북’이 됐다. 지난 9일 발표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인권NAP) 때문이다. 소관업무가 침탈당했다고 여긴 정부 관련부처와 이해당사자들이 인권위의 ‘월권’에 돌팔매질을 하더니, 급기야 경제5단체가 인권위의 편향성을 이유로 구성원들의 자격문제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차기 인권위 구성 때에는 균형된 시각과 사회적 덕망을 쌓은 인사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주문도 곁들였다. 경제5단체는 특히 인권NAP 중 비정규직 고용제한, 직권중재 폐지 등 노동권 관련 권고안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우리는 인권NAP가 일부 균형감을 상실한 측면이 있으나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인권기준을 제시한 만큼 가급적이면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정부가 조만간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을 거른 뒤 최종 확정안을 결의키로 한 것은 인권위의 이상과 정책 현실 사이의 괴리를 인정한 접근자세로 볼 수 있다. 인권NAP 확정에 앞서 재계의 분명한 입장을 천명하려는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경제5단체의 과도한 반발은 도리어 역효과를 불러들일 수 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재계의 인권 후진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재계가 문제삼는 노동권의 경우 ‘시장경제 수호’를 앞세우고 있으나 내용을 뜯어보면 ‘자본이익’의 논리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 비정규직 문제만 하더라도 ‘고용 유연성’보다 ‘값싼 노동력 활용’이라는 수단으로 악용한 것이 재계가 아니었던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공익활동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기업 살찌우기에만 골몰하지 않았던가. 인권위를 탓하기에 앞서 기업의 인권 눈높이부터 선진화하기 바란다.
2006-01-1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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