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軍 자살 예방,사회가 함께 풀어야/이정표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

[발언대] 軍 자살 예방,사회가 함께 풀어야/이정표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

입력 2006-01-13 00:00
수정 2006-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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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언론에서 심심치 않게 보도되는 군내 자살 사건이, 얼마 전 입대한 조카의 자살시도로 인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오랫동안의 호주 생활로 한국 사회에 적응이 쉽지 않은데다, 어릴 적부터 유난히 순한 심성으로 각박한 사회 생활 적응을 걱정하던 부모는 자식을 ‘사람 만들어 주는’ 대한민국의 군 입대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초기단계부터 군 생활 적응이 쉽지 않았던 조카는 간부의 감동스러울 정도의 관심과 보호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휴가를 받고 자대 복귀 중에 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하였다. 자살 실패로 몇 달간 병원 신세를 지고 자대로 복귀한 조카는 이제 밝은 모습으로 군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으며, 오히려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며 입대하는 신병들을 보듬어 주고 있다.

최근 우리 군은 종전보다도 더 큰 사회적 짐을 떠안고 있으며, 전투력 강화라는 본질적 관심보다는 병사들의 자살 방지와 병영생활 적응에 더욱 안간 힘을 쓰고 있다고 한다. 급격한 사회 구조의 변화로 가정해체 등 사회병리 현상이 심각해지고, 가정이나 학교에서조차 인성교육이나 시민교육이 포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군은 대한민국의 모든 남성이 통과해야 할 관문으로서 그 어느 때보다도 힘겨운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자살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여지없이 군을 질타하는 언론이나 국민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군에서의 자살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1997년 이후 인구 10만명당 우리나라 20대 남성의 자살자 수는 14.1명(1997년)에서 17명(2004)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중 육군 병사의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12.8명에서 8.8명으로 줄어들었다. 또한 지난해에는 GP 총격사건과 JSA 익사사건에도 불구하고, 육군 자살자 및 사망자 수는 2004년에 비해 줄어들고 있다. 우리 육군의 자살률은 모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독일 육군의 2분의 1, 일본 육상자위대의 3분의 1, 주한미군의 3분의 2 수준에 해당된다.

군은 군내 자살률이 사회보다 낮다고 해서, 책임을 회피하거나 변명을 해서는 안된다. 현재와 같이 군 간부의 열정이나 희생을 강요하면서 자살을 예방하거나 강한 군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아직도 대다수의 병사들이 내무반에서 칼잠을 자고 목욕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열악한 병영 환경에서는 병사간 존중과 배려를 기대하거나 병사의 인권이나 자존감을 보장해 주기는 어렵다. 이러한 대책은 군의 노력만으로는 실현되기 어려우며 국민의 적극적 관심과 지원을 바탕으로 과감한 투자와 함께 상호 힘을 실어줄 때만이 가능하다.

이정표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

2006-01-1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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