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새 5000원권은 소장용이 아니다/ 이창구 경제부 기자

[오늘의 눈] 새 5000원권은 소장용이 아니다/ 이창구 경제부 기자

입력 2006-01-04 00:00
수정 2006-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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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부터 산뜻한 새 5000원권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이날 시중은행에 1200억원어치의 새돈을 시중은행에 풀었으나 순식간에 동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새 지폐가 나오기 전까지 5000원권은 냉대받는 화폐였다. 위조지폐의 64%가 5000원권이었고, 유통액이 가장 적을 뿐만 아니라 자동판매기에서도 이용할 수 없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돈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새 지폐가 5000원권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새 5000원권이 돈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돌아야’ 돈인데 좀처럼 돌지 않는다. 돌지 않는 이유는 새 지폐를 ‘소장(所藏)’용으로 보기 때문이다. 발행 첫날 시중은행 지점별로 1000만원 안팎의 새 지폐가 공급됐는데 발 빠른 고객들이 한꺼번에 100장, 심지어는 1000장씩 바꿔 갔다. 목적은 새해 선물용이었다.

새돈을 신기하게 보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발행기관인 한국은행이 지나치게 신비화했다는 지적도 있다. 일련번호 1∼100번을 화폐금융박물관에 전시한 것은 그렇다치더라도,101∼1만번을 인터넷 경매에 부쳐 소장 욕구를 부추겼다. 새 화폐에 대한 한은의 임무는 발행을 기념하는 게 아니라 불편없이 시장에 유통되게 하는 것이다.

새 지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자 3일 오후 일부 언론은 “한은이 발행 하루만에 공급제한 조치에 들어갔다.”고 보도했고, 한은은 “수요에 관계없이 계속 발행할 것”이라는 해명 자료를 내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새 5000원권을 인식하지 못하는 점도 화폐로서는 치명적인 결함이다.ATM은 은행 창구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화폐의 매개 수단이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5000원권 하나 때문에 대당 2500만원에 이르는 ATM기를 교체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내년에는 1만원권과 1000원권의 새 지폐도 발행된다. 한은은 새 화폐 발행 비용으로 최소 4700억원을 잡고 있다. 인기는 있으나 돌지 않는 이번 ‘5000원권 해프닝’을 교훈 삼아 한은과 시중은행들은 새 지폐들이 제구실을 다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준비해야 한다.

이창구 경제부 기자 window2@seoul.co.kr
2006-01-0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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