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웃음 바이러스/육철수 논설위원

[씨줄날줄] 웃음 바이러스/육철수 논설위원

육철수 기자
입력 2006-01-02 00:00
수정 2006-0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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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福)도 사람 가리는 재주는 탁월한 모양이다. 기왕이면 마음에서 우러나서 기쁘게 웃는 사람을 찾아간단다. 화내거나 짜증내는 사람은 용케 알아내고 발길을 멈춘다고 한다. 시도때도 없이 웃는다고 복이 저절로 굴러오지 않는 걸 보면 더 신통하다. 그렇다면 복은 가식적인 웃음이나 비웃음, 그리고 실성한 사람의 헤픈 웃음까지 선별해 내는 능력도 갖춘 게 틀림없다.

웃음이 인색하기로 소문난 독일 사람들에게 요즘 ‘웃음학교’가 인기라고 한다. 외지에 따르면 이틀 수업에 수강료가 30만원인데도 수강생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웃음학교는 체인점 형태로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란다. 오죽이나 웃음이 메말랐으면 돈까지 내고 배우는지 우습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밝고 즐거운 마음을 간직하려는 그들이 가상하다.

지난 연말 외신을 보면 이스라엘 요르단강 서안의 정착촌을 팔레스타인인에게 내준 유대인들도 고향을 잃은 아픔을 삭이려고 웃음교육을 열심히 받고 있다고 한다. 미국 국방부도 이라크 파병 군인의 가족을 대상으로 웃음클럽을 운영 하고 있는데, 이게 효과 만점이라는 소식이다. 슬픔과 고통과 걱정거리를 억누르는데는 웃음만한 명약이 없다더니만, 이제야 지구촌 사람들이 웃음의 특효를 알게 된 것일까.

웃음의 면역효과는 많은 학자들이 임상실험을 거쳐 확인한 바 있다. 웃음은 병균을 막는 항체인 인터페론 감마의 분비를 200배 이상 촉진시킨다고 한다. 엔돌핀이나 엔케팔린 같은 호르몬도 분비시켜 모르핀보다 200배의 진통효과를 낸단다. 뇌에 알파파를 생기게 해서 마음이 밝고 활력이 넘치게 만든다고도 한다. 웃음은 신체의 650개 근육 가운데 230개를 순식간에 수축시켜 운동효과도 그만이다.20초 웃으면 5분간 에어로빅을 한 효과와 맞먹는단다. 한번만 크게 웃어도 윗몸일으키기 25번,15초 박장대소하면 100m 전력질주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1시간 동안 화를 내면 80명을 죽일만큼 독소가 나온다고 한다. 웃어서 나와 이웃에게 건강을 줄 것인지, 화내서 상대를 질식하게 할 것인지는 순전히 나에게 달렸다. 새해 첫 출근일, 내가 퍼트린 웃음바이러스를 가족에게, 직장동료에게 맘껏 창궐시키며 병술년 한 해를 열어 보자. 자고로 일소일소 일로일로(一笑一少 一怒一老)요,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 했거늘….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6-01-0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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