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윤초/육철수 논설위원

[씨줄날줄] 윤초/육철수 논설위원

육철수 기자
입력 2005-12-27 00:00
수정 2005-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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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간으로 내년 1월1일 오전 8시59분59초 다음에 1초가 삽입된다.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원자시계를 지구의 자전속도에 맞추려고 1초를 더하는 게 바로 윤초(閏秒)다. 현재 사용 중인 표준시는 국제지구자전국(IERS)이 1972년 1월1일 0시를 기해 정한 세계협정시(UTC)다.UTC는 세슘원자가 92억번 진동하는 동안을 1초로 삼는 원자시계가 기준이다. 원자시계가 기준인 이유는 1초의 길이가 영원히 변하지 않아서다.

하지만 지구의 자전속도가 느려져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르면 원자시계에 1초씩 집어넣어 주어야 천문시계(태양시계)와 맞아들어가게 돼 있다. 윤초를 그때그때 쓰지 않고 방치하면 수천 수만년 뒤에는 오후에 해가 뜨는 기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일상에서 평범해 보이는 일촌광음은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순간이 없겠으나, 윤초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윤초는 1972년 이후 23차례 실시되는 셈인데, 올해는 윤초를 두고 세계가 유독 옥신각신했다. 미국 쪽에서는 윤초 때문에 전세계 시계를 조정함으로써 쓸데없는 비용을 치른다고 불만이 대단했다. 그러나 윤초의 중요성은 영국 과학자들의 완강한 주장에 힘입어 계속 실시돼야 한다는 쪽으로 결판났다. 그리니치 표준시(GMT)를 갖고 있다는 자부심과 천체의 움직임에 순응하려는 의지가 결부된 영국 과학자들의 논지에 결국 미국은 두 손을 들고 만 것이다.

하기야 1초를 넣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실생활에 별 지장이 없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굳이 윤초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과연 1초가 중요하지 않을까. 지구는 1초 동안 344m 속도(북위 37도 기준)로 팽팽 돌아간다. 소리가 전달되는 속도(1마하)로 세상은 돌아가지만 지구가 워낙 커서 우매한 인간들이 감지하지 못할 뿐이다.1초동안 목숨이 왔다갔다 한 사람도 있을 테고, 뉴욕의 펀드매니저 에드워드 램퍼스 같은 이는 1초에 4만원을 벌기도 한다.1초는 때로는 목숨이자 때로는 돈인 셈이다.

80세까지 산다면 주어진 시간은 25억초 남짓이다.80평생에서 철들기까지의 세월, 잠자는 시간, 쉬는 시간 빼면 일생에서 15억초(50년)를 제대로 쓰는 사람도 드물다.1초,1초로 점철되는 인생이 짧다고 느껴진다면 당장 게으름부터 접는 게 상책일 것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5-12-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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