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교육부총리가 엊그제 종교계 인사를 만나 사학법 수용을 설득하는 자리에서 자립형 사립고 숫자를 대폭 늘리겠다는 뜻을 밝혔다.2007년 2월 끝나는 자립형 사립고의 시범운영 기간을 2년 더 연장해 주는 한편 대상 학교를 현행 6곳에서 20곳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립형 사립고 확대가 개정 사학법에 반대하는 사학 측에게 ‘당근’으로 제시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면서 교육부에 신중한 접근을 촉구한다.
자립형 사립고는 등록금이 일반 고교의 3배 수준인 데다 별도의 입학전형을 거치기에 ‘귀족 학교’라는 비판 속에서 출발했다. 시범학교 운영 과정에서도 일반고와 다름없이 대학입시에만 매달린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후 사학법 개정 때 한나라당이 자립형 사립고 제도 도입을 끼워 넣으려고 했으나 초중등교육법 개정시 검토키로 합의해 현재 논의가 유보된 상태이다. 그런데 교육인적자원부가 사학 측을 설득하면서 자립형 사립고 확대를 내세우는 것은 옳은 태도라 할 수 없다.
정부는 고교평준화 정책을 유지한다고 강조하지만 일반고와 구분되는 특수한 고교들은 전국에 넘쳐난다. 자립형 사립고 6곳 말고도 외국어고·과학고가 43곳 있으며, 영재교육법에 따른 한국과학영재고는 따로 있으니 이들만 합쳐도 영재·수재가 다닌다는 고교가 50곳에 이른다. 이 정도면 고교평준화 이전 전국에 산재했던 명문고 숫자를 훨씬 넘어선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교육부가 자립형 사립고를 더 늘린다면 이는 국민을 속이는 짓에 다름 아니다. 자립형 사립고 도입은 이제부터 우리사회가 함께 논의해야 할 대상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2005-12-2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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