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선배는 가끔 의미심장한 말로 감동을 주곤 한다. 어느날 그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불쑥 이렇게 말했다.“아침에 말이야, 가족들과 헤어져 출근할 때는 얼굴 찌푸리지 말고 반드시 웃으면서 나와야겠더라.”고. 하루동안 식구 중 누구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서라고 한다. 혹, 일이 잘못되면 영영 못 만날 수도 있고, 미안하다고 말할 기회조차 없을 것 같아서란다. 참으로 지당하신 ‘말씀’이어서 마음 깊이 간직했다. 그날 이후로는 웃는 낯으로 집을 나서려고 애쓰고 있다.
요즘엔 직장 동료들과 회의나 술자리 때, 버릇처럼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50년 뒤에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 몇명이 살아남아 있을까. 아이쿠, 모두들 80대나 90대 할아버지 할머니…. 흙으로 돌아간 사람도 여럿 있을 테고….’ 쓸데없이 뭐 그런 끔찍한 생각을 다 하냐고 핀잔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한번 해 보라. 마음을 경건하게 만드는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 우선 상대방이 매우 정겹게 느껴진다. 그래서 말 한 마디도 조심해서 하고, 좋은 말만 골라하게 된다. 한해가 또 저문다.40대의 직장동료 둘을 지난 두어달새 멀리 떠나 보낸 터라, 가까운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새삼 떠올려 본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5-12-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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