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담여담] 신춘문예 ‘샛별’을 기다리며/이순녀 문화부 기자

[여담여담] 신춘문예 ‘샛별’을 기다리며/이순녀 문화부 기자

입력 2005-12-03 00:00
수정 2005-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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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온 계간 ‘대산문화’겨울호에서 재밌는 글을 읽었다. 소설가 조경란씨가 쓴 단상이다. 내용은 이렇다. 이번 학기에 일주일에 한번씩 대학에서 ‘소설쓰기’를 가르쳤는데 문학을 하겠다는 학생들이 생각만큼 책을 많이 읽지 않더란다. 한국 소설은 물론이고 외국소설도 일본 소설을 빼곤 거의 읽지 않는다는 사실에 실망한 필자는 ‘그렇게들 안 읽고 어떻게 글을 쓰나, 어디 소설 한번 보자.’고 단단히 별렀다. 그런데 학기가 끝날 무렵 학생들이 제출한 소설을 읽고 깜짝 놀랐단다.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의 글을 보면서 ‘책을 읽으라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난감했다는 일화다.

출판 시장, 그중에서도 문학 분야의 독자 감소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한국 소설의 쇠퇴는 심각하다. 오죽하면 문화예술위원회가 침체된 한국 문학을 회생시키겠다며 올 들어 분기마다 우수문학도서와 문예지 게재 우수작품을 선정해 지원할까 싶다. 단적으로 지난달 넷째주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오른 소설은 ‘해리포터와 혼혈왕자’(1위),‘도쿄 타워’(4위),‘모모’(8위)등 모두 번역소설이다.

그런데 앞서 필자가 지적한 것처럼 이렇게 소설을 읽지 않는 세대인데도 신기하게 재능있는 작가들은 해마다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올해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한 1980년생 김애란과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은 1981년생 안보윤이 대표적이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20대 중반 신인작가들은 한국 소설을 읽지 않는 또래집단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문학 관계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다 아는 구문을 새삼스럽게 끄집어낸 까닭은 바야흐로 신춘문예의 계절이 돌아와서다. 독서량은 적어도 개성이 강한 글을 쓸 줄 아는 20대 문학지망생부터 열정만은 이들 못지않은 늦깎이 ‘문학청년’들까지 단체로 열병을 앓는 달이다. 문학이 죽네사네 해도 매년 신문사에 투고되는 작품 수에 크게 변화가 없는 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신춘문예 마감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좋은 작가들이 새벽 하늘을 밝히는 샛별처럼 새해 첫날 각 일간지를 장식하길 기대해 본다.

이순녀 문화부 기자 coral@seoul.co.kr
2005-12-0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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