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민주노동당 버림받고 있나/이광호 전 ‘진보정치’ 편집위원장

[열린세상] 민주노동당 버림받고 있나/이광호 전 ‘진보정치’ 편집위원장

입력 2005-11-25 00:00
수정 2005-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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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은 정치적 고향에서 버림받은 정당이 됐다. 지역을 고향으로 삼지 않고, 계급과 계층을 거점으로 하겠다는 진보정당이 스스로 말하는 ‘계급투표’의 첫 개가를 올렸던 울산 북구의 노동자들이 민주노동당에 등을 돌렸다. 민주노동당은 그들에게 미움에서 무관심의 영역으로 넘어가기 전에 자신들을 반성적으로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아직 기회가 있다는 말이다.

민주노동당이 지난 총선 이후 ‘거대한 소수’를 내세웠을 때 ‘거대함’은 공간적 토대이자 시간적으로는 현재와 미래의 연결 고리였다. 지난 10월의 재선거 결과는 그 고리가 얼마나 취약한지, 당이 토대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노총이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은 과거처럼 ‘외부 탄압’이 아니라 ‘내부 문제’ 때문에 생긴 것이다. 그래서 더 심각하다. 역량 부족과 전략기획의 부재, 정파 사이의 분열, 심지어 부패 문제까지 진보 쪽에 관심과 기대를 가진 사람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한 것들이다.

울산 패배의 충격 못지않게 경기도 광주, 대구, 부천 등 다른 지역의 민주노동당 후보들이 얻은 바닥 지지율 또한 매우 심각한 징후다. 이들 후보는 당 지지율에 훨씬 못 미치는 2∼3% 수준의 득표율을 기록했다.1인 2표라는 제도는 유권자들로 하여금 ‘정치적 여유’를 보여줄 수 있게 했다. 이런 여유가 만들어낸 진보정당의 의회 진출이 유권자들에게 감동과 인상의 정치로 피드백되지 못하면 민주노동당의 미래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한계를 돌파하는 몫은 오로지 민주노동당에 달려 있다. 지난 재선거 결과는 민주노동당이 이 일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해 주는 지표다.

현재 민주노동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다.‘돌아온 권영길’은 승리하는 구원투수가 되겠다고 다짐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내년 1월에 있을 당내 지도부 선거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같다. 비대위는 지금까지 당의 문제가 무엇이며, 그 대안은 어디서 찾을 것인지에 대한 백서 같은 것이라도 만들어 이것이 차기 지도부의 나침반 구실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진보정치연구소’에서 ‘위기의 민주노동당,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당 안팎의 인사들을 초청해 공개토론회를 가진 것도 이런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자리에서는 아주 여러 가지 신랄한 비판과 대안에 대한 얘기들이 오갔는데 “민주노동당의 의정활동이 지금까지의 ‘절충과 타협’에서 ‘선택과 집중’으로 가야 할 것이다.”(노회찬 의원)는 의견이 눈길을 끈다. 민주노동당은 여야 사이의 줄타기식 정책 공조도 필요하지만 독자적인 색깔, 특히 열린우리당과의 차별성을 분명히 하고 자신들의 지지층을 견고하게 하면서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

민주노동당 의원 개인은 잘 하는데, 당이 잘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이 나온다. 의원의 성공이 당의 성공으로 전화되지 못하는 문제는 민주노동당이 성찰해야 할 핵심 지점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 실패한 당의 성공한 의원이 계속 성공할 수 있는 방안은 사실상 별로 없다. 말을 갈아타기 전에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일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의원들의 활동을 당의 성과로 집중시킬 수 있는 계획이 필요하다.

개별 의원의 인기가 아니라, 그런 것들도 포함된 것을 밑천으로 한 당의 깃발을 들고 대중과 만나야 한다. 이 말은 물론 뛰어난 대중 정치인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스타 정치인은 민주노동당에 꼭 필요한 존재이고 더 늘어나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이야말로 당을 널리 알리는 가장 강력한 ‘미디어’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민주노동당은 부자와 재벌 편인 한나라당 지지율이 40%를 넘어선 ‘불행한 현실’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깊이 자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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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 전 ‘진보정치’ 편집위원장
2005-11-2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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