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급할수록 돌아가라/이학구 전북 원평초교 교감

[발언대] 급할수록 돌아가라/이학구 전북 원평초교 교감

입력 2005-11-22 00:00
수정 2005-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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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두려울 만큼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의 발달은 하루가 다르다. 어제의 지식이 오늘은 쓸모없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모든 산업의 형태도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물질문명의 발달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사고방식, 생활방식, 의식수준 등 보이지 않는 것들도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이렇게 빠른 변화의 물결에 적응하기 위해서 사람들의 삶의 자세도 변화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어느 사이에 우리들이 조급증에 걸려 있는 듯하다.

이장이 되기까지 10년을 기다린 어느 마을 기초의원의 이야기다. 그는 전임 이장으로부터 마을 이장이 되어달라는 부탁을 받았지만 사양했다. 집성촌을 이루고 있는 꽤 큰 시골 마을이었다. 정씨와 박씨들이 비슷한 가구수를 유지하고, 보이지 않는 갈등이 잠재되어 있었다. 이장 정씨는 이 의원(현재)의 능력을 알고 물려주려 했다. 당시 젊었었기에 이장에 앉히고 자기 뜻대로 쥐락펴락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려 깊은 이분은 정중히 사양했다. 두 문중의 갈등 때문에 일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이장님, 제가 이장을 하는 것보다는 반장을 하면서 이장님을 열심히 돕겠습니다.” 그 후 10년을 이장학습(?)을 하면서 마을 사람들을 위해 선진 농촌 소득증대 사업을 추진하여 마을 전체의 소득 창출에 크게 기여했다. 결국 마을 사람들에게 능력을 인정받고 존경받게 되었다. 덥석 이장을 수락하였더라면 양 문중 사이에서 입장이 난처하고 어려운 점이 많게 되어 결국 도중하차할 건 뻔했다는 것이다.

“똑같이 고생하면 똑같이 못산다. 남보다 더 고생해야 잘 살 수 있다.”는 이분의 말씀처럼 남보다 더 고생하는 쪽을 선택하여 노력한 결과 지금은 넉넉하게 살게 됐으며 지역에서는 존경의 대상이 되어 기초의원에 당선되기까지 했다. 이장일을 잘하기 위해 기다린 10년은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다. 작은 일에도 공을 들여 노력하고 남을 위해 봉사하였다. 조급해 하지 않는 ‘만만디’의 승리가 아닐까!

‘급할수록 돌아가자.’‘급히 먹는 밥 체한다.’는 속담의 정신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조급증에서 탈피해 보자.

이학구 전북 원평초교 교감
2005-11-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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