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피장파장/진경호 논설위원

[길섶에서] 피장파장/진경호 논설위원

진경호 기자
입력 2005-10-21 00:00
수정 2005-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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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에 늦어 급한 마음에 운전대를 꺾었다. 불법 유턴을 한 것이다. 그런데 아뿔싸. 혀를 낼름거리듯 위아래로 흔들리는 빨간 경광봉이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닌가. 잘 안 쓰던 얼굴근육까지 움직여가며 교통경찰의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키려 애썼지만 허사로 끝나고 결국 ‘딱지’를 떼이고 말았다. 누구 탓을 하랴. 쓰린 마음을 안고 약속 장소로 허겁지겁 달려갔다. 그런데 만나기로 한 선배가 없는 게 아닌가. 전화를 걸어보니 거의 다 왔단다. 그래 놓고는 20분이 더 지나서야 나타났다.“이거 미안하네. 퇴근시간이라 그런가. 차가 무지 밀리더라고….”

아니 차가 밀리다니, 범칙금 생각에 짜증이 났다.‘아니 선배. 내가 시간 맞춰 오느라 범칙금까지 물게 된 거 알아요.’ 이 말이 터져 나오려던 순간 선배의 뒷말이 말문을 막았다. 비좁은 골목에서 어떤 차와 마주쳤는데 도무지 물러서질 않았고, 할 수 없이 차를 뒤로 물려 길을 열어주다 뒤범퍼를 담벼락에 긁혔다는 것이다.“앞차야 무슨 일 있느냐는 듯 유유히 빠져나갔지. 억울하지만 어쩌겠어.”

세상이 그런 모양이다. 남 때문에 내가 억울할 수도 있듯, 나도 모르는 사이 나로 말미암아 손해를 보는 남들 또한 얼마이겠는가. 범칙금 얘기는 도로 집어 넣었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2005-10-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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