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일본의 조기 총선이 막을 내렸다. 의회 해산이라는 초강수를 던진 끝에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화려한 압승을 거둔 반면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퇴진했다. 일본에선 고이즈미의 대대적인 자민당 내부수리가 시작됐고, 독일은 진통을 거듭하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내세운 대연정 체제가 들어섰다. 이들 지도자의 엇갈린 운명과 두 나라의 정국 흐름은 극적인 반전과 복잡한 구성을 담고 있어 보는 재미가 드라마 못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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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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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호 논설위원
그런데 더 흥미로운 것은 노 대통령의 반응이다. 고이즈미의 압승에는 별 말이 없었건만 독일 대연정에 대해선 “유럽 정치의 수준을 보여줬다.”고 평가한 것이다. 부럽다던 슈뢰더의 정치생명이 끝장났는 데도 말이다. 중도퇴진 가능성까지도 내비치며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의할 때의 논거로 이 말을 따지면 아마도 정치 지도자가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좌·우 이념의 정당이 경제회생을 위해 손을 맞잡는 정치문화,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하는 정치구조를 ‘높은 정치수준’으로 보는 듯하다.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이 기자실을 찾아 노 대통령의 이 말씀을 전했다는데 지시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의미있다고 판단해서였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대통령이 정치의 수준을 언급했다니 짚어야 할 점이 있는 듯싶다.
우선 독일 대연정 자체는 ‘수준’을 논할 성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프랑스 동거정부든, 독일 대연정이든, 우리의 대통령 단임제든 다 그 나라의 역사와 정치토양, 정치문화를 배경으로 한 존재 이유를 지닌다. 지고지선(至高至善)의 제도는 없으며,‘수준’보다 ‘다름’의 문제에 가깝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노 대통령이 일본 자민당 개혁은 제쳐 놓고 독일 대연정을 높은 수준으로 평가한 데는 나름의 목적의식이 있어 보인다. 즉 고이즈미식 리모델링, 즉 정치개혁보다는 독일 대연정에 버금가는 리스트럭처링, 즉 정치판 새로짜기에 관심을 두고 있고, 이를 위한 정지작업 차원에서 독일 대연정을 언급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우리 정치를 지금 개·보수해야 하느냐, 아니면 재건축 정도로 확 뜯어고쳐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다. 노 대통령이 정치판 새로짜기를 시도할 생각이라고 해서 그 자체만으로 옳다 그르다를 따질 일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무엇이든 당위성과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추진동력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독일 대연정에서 평가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성사 자체가 아니라 이에 이르기까지 좌·우 정파가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양보한 과정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독일 대연정은 노 대통령에게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교훈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3당 합당이나 DJP연합에 대해 국민들의 기억은 그리 좋지 않다. 국민통합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웠지만 결국은 정권 획득의 수단들에 불과했음을 똑똑히 목도한 국민들이다. 이런 국민들에게 다시 국민통합을 앞세워 새판짜기의 필요성을 강조하려면 과거 YS나 DJ가 했던 몇 배 이상으로 진심을 내보이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대통령은 21세기에 있는데 국민들은 여전히 유신시대의 사고에 머물러 있다.’는 식의 발상이나 대통령직을 끼워 대연정 카드를 불쑥 내밀고는 선택을 강요하는 자세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노 대통령이 이왕 정치구조 개편과 관련해 대연정 후속 카드를 제시할 뜻이라면 보다 우리 토양에 맞는 한국형 모델을 제시하고, 그 당위성을 설명할 충분한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