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법무부장관이 동국대 강정구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에 대해 헌정 사상 처음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법적·정치적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나라당은 천 장관의 지휘권 발동을 검찰 독립성을 훼손한 행위로 규정해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고, 대한변협과 보수층은 지휘권 발동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열린우리당이나 진보적인 학자들은 ‘6·25 전쟁은 통일전쟁’이라며 자유민주주의 정체성을 부인한 강 교수의 일련의 발언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하면서도 ‘구속’에는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문화된 것으로 여겨졌던 국보법 7조의 찬양·고무죄가 강 교수 사건으로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우리는 강 교수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지만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에 의거해 불구속 수사토록 지휘권을 발동한 천 장관의 판단이 옳다고 본다. 검찰이 주장하는 ‘사안의 중대성’보다 천 장관의 ‘인권 옹호’가 우선돼야 한다. 보다 본질적으로는 강 교수의 주장은 학문적인 논쟁을 거쳐 정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게다가 우리 사회는 그러한 극단적인 견해에 국가 안위가 위태로울 정도로 취약하지 않다. 그늘진 곳으로 숨어들게 하기보다는 햇빛에 드러내 놓고 공개된 검증을 거치게 하는 것이 국가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
일각에서는 천 장관의 지휘권 발동을 독직사건을 비호한 일본의 사례에 비유하며 검찰에 치욕의 멍에를 씌우려 한다. 이는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사전조율이나 구두협의라는 형식으로 비공식적으로 검찰권을 흔들었던 것이 문제였지 법 규정에 따라 공개적으로 지휘권을 발동한 것은 결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투명성의 차원에서 본다면 오히려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으로 색깔론이 되살아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특히 정치권은 이념논쟁으로 반사이익을 얻으려 할 게 아니라 국보법 개·폐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으로선 강 교수의 유·무죄는 법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최선이다.
2005-10-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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