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자문기구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가 이르면 2007년부터 형사사건 피의자에 대해 불구속 재판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한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더라도 재판출석 서약서나 제3자 보증서 등을 재판부에 제출하면 사안에 따라 불구속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전관예우’ 등 각종 법조비리의 온상처럼 지목돼온 구속사건에 대해 사개추위가 헌법이 규정한 ‘무죄추정’ 원칙과 인신 보호를 위해 불구속 재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법제도를 손질하기로 결정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우리의 사법제도는 헌법의 규정과는 달리 ‘유죄추정’의 원칙이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인신 구속을 징벌의 수단으로 당연시해 왔다. 인신 구속은 한 집안을 거덜낼 정도로 정신적, 금전적, 육체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수반함에도 피의자보다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편의 위주로 남발됐던 게 사실이다. 지난해 구속영장 발부율이 85%나 되고, 인구 1만명당 구속자 수가 일본의 3배, 독일의 10배에 이른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피의자 가족들이 정상적인 수임료의 몇배에 이르는 ‘성공 보수’를 감수하면서도 판·검사 등 전관 출신 변호사들에게 매달리게 됐던 것이다.
이용훈 차기 대법원장뿐 아니라 과거의 사법부 수장들도 입만 열면 인신 구속에 신중해 달라고 법관들에게 당부했다. 그럼에도 구속 위주의 관행이 바뀌지 않은 것은 불구속을 특혜로 보는 사회 인식에도 책임이 크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사개추위가 불구속 재판을 확대토록 제도적인 장치를 강구한 것은 바람직한 접근법이다. 참심제 등 재판에 일반인의 참여를 허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구속 재판의 확대야말로 사법개혁의 핵심이다.
2005-09-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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