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입정책’ 분권화로 풀어야/권대봉 고려대 교육대학원장

[시론] ‘대입정책’ 분권화로 풀어야/권대봉 고려대 교육대학원장

입력 2005-07-20 00:00
수정 2005-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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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등급제, 본고사, 기여입학제 금지 등 대입 ‘3불(不)’정책은 문민정부 말기에 고등교육법시행령을 고쳐서 만든 것인데, 참여정부도 고수하고 있다. 당시의 대통령과 교육부장관은 모두 서울대 출신인데, 그 중 본고사 금지 조항이 작금 서울대를 대학자율권 논쟁의 중심에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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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봉 고려대 교육대학원장
권대봉 고려대 교육대학원장
수능과 내신의 변별력 약화를 이유로 통합형 논술카드를 내민 서울대의 입시방침이 통합형 논술준비 사교육시장을 요동치게 했다. 논술공부를 꼭 사교육에 맡겨야 하느냐는 여론이 들끓자, 서울·부산·전북교육청은 통합논술 교육을 학교에서 할 수 있도록 여름방학에 교사 연수를 실시키로 했다. 급기야 교육부는 대입논술이 본고사 수준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논술고사 심의제를 시행하고, 심의 결과가 본고사로 판정되면 행정·재정상 제재를 하기로 했다. 지난 2주간 대학입시를 비롯한 대학자율권에 대하여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이 치열하게 표출된 만큼, 이제는 냉철하게 입시정책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어야 할 때다.

논술고사 파동을 계기로 적어도 두 가지 사실이 확인됐다. 한국에서 대학 입시정책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챙겨야 할 만큼 중차대한 사안임이 입증됐다. 그리고 정작 자율을 요구해야 할 사립대학은 침묵하고, 정부기관인 국립 서울대 총장과 교수평의회가 자율을 요구하고 나선 것을 보면 공무원 신분의 교수가 민간인 신분의 교수보다 힘이 세거나 용감하다는 것도 판명됐다. 대학자율에 관한 국제적인 추세를 보면 사립대학에 대한 자율은 확대되고, 대학의 사회적 책임이나 공공성을 강조하는 국가에서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공립대학 경영에 대한 정부의 개입도가 큰 것이 특징이다.

한국과 일본은 노르딕 국가와 더불어 정부의 개입도가 큰 국가로 분류되고 있는데, 이들 국가에서는 공통적으로 국공립 대학을 정부의 한 부서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국과 비슷한 대학의 구조를 갖추고 있던 일본은 국립대학 법인화가 2004년도부터 시행되면서 자율권이 확대되는 추세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재정을 부담하는 도쿄대를 비롯한 구(舊)국립대학은 정부가 주관하는 대학입시센터의 시험을 요구하지만, 사립대학에는 학생선발권을 전적으로 보장한다. 사립대학은 부속학교 출신의 동일학교계열 무시험 입학, 대학이 지정한 교장 추천 입학, 대학 자체 입학시험이나 정부주관 시험 활용 등 세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초·중등 시절에 대학입학이 보장돼 전인교육을 받은 부속학교 출신 중에 인류사회발전에 기여한 졸업생이 더 많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학경쟁력 세계최고를 자랑하는 미국의 경우, 사립대학의 학생선발권은 전적으로 보장된다. 주립대학의 경우, 형평성 확보 차원에서 해당 주 학생을 일정 비율 이상 입학시켜야 하는 것과, 수월성 확보 차원에서 일정 성적 이상의 학생들을 입학시켜야 한다는 조건 외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주정부가 간섭하는 일은 거의 없다.

미국과 일본은 대학에 관한 한 분권화 정책을 실시함으로써 한국처럼 대입정책 때문에 나라전체가 논쟁에 휩싸이는 일이 없다. 정권이 부담을 가지지 않으면서도 형평성과 수월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입시정책은 분권화다. 국립대는 중앙정부와, 공립대는 지방정부와 정책을 조율하고, 사립대는 자율권을 부여하는 분권화 정책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 교육선진화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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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봉 고려대 교육대학원장
2005-07-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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