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담여담] 열 손가락의 비수/최여경 주말매거진We팀 기자

[여담여담] 열 손가락의 비수/최여경 주말매거진We팀 기자

입력 2005-05-28 00:00
수정 2005-05-2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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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후배 기자가 불쑥 이런 말을 꺼냈다.“난 네티즌이 무서워.”

인터넷에 제공되는 기사마다 쓸 게 없었다는 둥, 아무나 기자한다는 둥 악성대글(악플)이 달려 네티즌이 무서워졌단다. 기사 내용과 전혀 관계없는 대글들이라 대응하지도 못해 더욱 속상하다고 하소연한다. 나름대로 많은 사람을 만나 취재해 쓴 기사라도 결과는 다르지 않다고 했다. 함께 있던 다른 기자가 거들었다. 세계적인 스타의 안하무인격인 태도를 꼬집는 기사를 썼더니 마치 기자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분풀이로 기사를 쓴 것처럼 됐더란다. 자기 기사에 대한 반응이려니 생각하면 그래도 기자는 낫다.

사진촬영을 위해 엄마와 아이를 섭외한 적이 있었다.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는데 아이 엄마가 거절의사를 밝혔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예쁜 옷을 입은 딸의 사진이 기사와 함께 인터넷에 뜨자 아이가 못생겼다, 저런 옷만 입혀 아이를 공주로 만들었다 등 수많은 악플이 달렸단다. 더이상 아이를 노출시키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고 했다.

친구의 사촌여동생은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축복받은’ 몸매를 가졌다. 다리가 너무 가늘다는 게 나름의 고충이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그녀의 사진이 기사와 함께 뜬 뒤 네티즌의 여론몰이로 그녀는 ‘다리 성형수술을 한 미인’이 돼버렸다.

물론 악플 다는 사람들은 ‘일부 네티즌’이다. 하지만 열손가락 끝에 비수를 단 그 ‘일부 네티즌’의 공격에 평범한 엄마와 어린아이, 여대생은 마음을 크게 다쳤고, 어디선가 또 다른 사람들이 상처를 입을지 모른다.

인터넷은 지식을 나누고 정보를 얻는 곳이다. 기자도 인터넷 공간에서 활동하는 네티즌의 다양한 의견이나 질문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다. 인터넷의 긍정적인 역할만 기대하는 건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을 누군가를 무턱대고 비판할 수 있는 곳, 뭔가를 배출해내야 속이 시원해지는 화장실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다. 행동하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하는 자세, 인터넷 세상에서도 필요하다.



최여경 주말매거진We팀 기자 kid@seoul.co.kr
2005-05-2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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