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 잡는다/원철스님 조계종 포교원 신도국장

[토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 잡는다/원철스님 조계종 포교원 신도국장

입력 2005-03-19 00:00
수정 2005-03-19 10:4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저녁행사를 마치고 만찬 및 뒤풀이 이후 이런저런 이야기와 함께 마지막 마무리까지 짓다 보니 거의 자정이 가까워졌다. 사찰로 돌아가는 길에 바라보는 도시의 야경이 유난함으로 닿아온다. 해만 지면 고요함으로, 그리고 삼경인 아홉시만 되면 적막함뿐인 산중과는 사뭇 다른, 그러면서도 살아있다는 것에서 오는 또 다른 정겨움이 묻어난다.

이제 사람들은 어둠까지 낮으로 만들어서 사용해야 할 만큼 분주해졌다. 아니 밤낮이 없어져 버렸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낮밤이 거꾸로 된 삶을 사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도심에 사는 나 역시 세간의 삶과 흐름을 함께하다 보니 이 늦은 시간에 돌아와 산문을 두드리게 된다.

당일로 장거리 볼일이라도 다녀올라치면 더러 새벽 3시에 방에 도착하는 날도 있다. 이 때는 ‘늦게 들어온’ 것이 된다. 먼 나들이를 위해 새벽 3시에 일주문을 나서면 ‘일찍 나온’ 것이다. 같은 3시인데도 낮에 기준을 두느냐, 밤에 기준을 두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표현을 하게 된다.

새벽을 전날 밤의 연장으로 보느냐, 오늘 낮의 시작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아침은 다르게 표현될 수밖에 없다. 이즈음은 밤을 새벽까지 확장, 연장시키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다른 한편에선 이런 삶을 오히려 ‘열심히 사는 사람’으로 찬탄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게 아니다. 생체리듬에 역행하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결국 능률저하 및 건강의 적신호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러한 ‘개발시대’의 삶의 패턴을 이제 다시 돌아보아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 밤에 반드시 집중적으로 해야 할 일이 생겼다면 역으로 일찍 자고서 이튿날 새벽에 맑은 정신으로 해보자는 또 다른 흐름이 생긴 것이다. 이른바 우리의 본래 라이프 스타일인 ‘아침형 인간’이 바야흐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른 새벽에 논밭으로 김을 매러나가던 그 시절에는 아침밥을 많이 먹었다. 저녁에는 일찍 자기 때문에 가볍게 때웠다. 능엄경에 이런 말이 나온다.“새벽에는 신선들이, 오전에는 사람들이, 오후에는 짐승들이, 밤에는 귀신들이 먹는 시간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신선처럼 아침밥을 그릇 가득 넘치도록 높게 담았다.

이즈음은 짐승처럼 해가 진 이후에 고칼로리 먹을거리를 많이 접하게 된다. 결국 저녁과 밤에 활동량이 많아지니 비만과 고혈압 등 성인병이 우리의 삶을 왜곡시키고 있는 것이다.‘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많이 잡는다.’는 서양의 격언도 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하려면 저녁에 일찍 자야만 한다. 그렇게 되려면 저녁에 자연스럽게 불필요한 일정은 만들지 않게 된다. 따라서 저절로 절제하는 삶을 살게 되기 마련이다.

자연주기의 시간흐름에 역행하는 삶은 쉬이 지치고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더 부지런한 사람은 ‘아침형 인간’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그보다 한 단계 더높인 ‘새벽형 인간’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할 것이다.

사찰수련법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설문지를 받아보면 가장 힘든 것이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생활습관을 갑자기 바꾼다는 게 쉬운 것은 아니다. 그것의 연장선이긴 하지만 잠도 오지 않는데 저녁 아홉시만 되면 이부자리를 펴야 하는 일도 고역이라고 했다.

하지만 반대로 가장 감명깊은 것은 새벽여명 속에서 좌선을 하면서 새소리와 함께 동터오는 아침을 맞이하는 그순간이었노라고 했다.

명징하고 또렷한 의식으로 깨어있는 새벽은 우리에게 또 다른 삶의 세계를 열어 줄 것이다.

원철스님 조계종 포교원 신도국장
2005-03-19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