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술래잡기/심재억 문화부 차장

[길섶에서] 술래잡기/심재억 문화부 차장

입력 2005-03-17 00:00
수정 2005-03-17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편은 갈랐지만 열서넛이 뒤섞이다 보니 한동안 피아식별이 어려웠다. 그래서 지푸라기를 머리에 동여보지만 이내 끊기거나 풀리곤 해서 머리 큰 몇 놈 빼고는 네오내오 헷갈리기는 마찬가지였다. 가쁜 숨 몰아 쉬며 실컷 한 놈을 쫓았는데, 힘 다 뺀 뒤에야 그 놈이 말했다.“야, 우리 같은 편이야.”“얌마, 그 말을 왜 이제 해?”

신작로로 초등학교를 다녔던 꼬맹이들, 방과후면 편을 짜 이런 술래잡기를 하곤 했다. 정신없이 뛰고 쫓다 보면 어느 새 집에 이르곤 해 하교 후면 삼삼오오 편짜기 바빴는데, 문제는 이 편, 저 편이 헷갈려 더러는 먼저 물은 뒤 쫓아야 했다.“야, 너 적군 맞지?”“얌마, 적군이 어딨어. 낼 같은 편 할걸.”

헨리 하이드 미국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이 최근 “한국은 누가 적인지 분명히 말하라.”고 일갈했다.‘악의 축’을 규정할 만큼 수많은 적에 둘러싸인 미국의 조바심과 경직성을 드러낸 피아인식이 아닐 수 없다. 지상에는 적 없이 사는 나라도 많은데, 그들이 아직도 이런 냉전적 피아관을 갖고 있다면 우리 아이들에게서 배울 것을 권한다. 어제의 잣대로 오늘의 적을 판별하지 말아야 함을.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2005-03-17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