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골프지도자 데이비드 레드베터의 한 골프교습 비디오에는 연소자시청 불가 딱지가 붙어있다. 이유는 ‘사행심조장’. 비디오 끝 부분에 레드베터는 시범을 함께 한 프로골퍼 닉 팔도에게 핀에 가까이 붙이는 사람이 햄버거를 사기로 하자고 제안하는데 이 부분이 예리한 등급심의위원의 눈에 포착된 것이다.
햄버거 내기에도 당당히 ‘사행심조장’이란 딱지를 붙일 수 있었던 우리 사회의 재물(財物)의식이 몇년 사이에 급변한 것일까.32회에 걸쳐 8억원이 오간 내기골프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오고간 재물의 액수가 아니라 골프 승부의 우연성 여부를 문제삼았다. 우연성은 도박죄 구성의 핵심요소인데 골프의 경우 기량에 따라 승부가 결정되지 우연성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므로 도박이 아니라는 요지다. 그러나 이런 견해에는 반론이 많다.
우선 골프승부가 꼭 실력만으로 결정되느냐이다. 사실 세계 최고수준의 프로선수들의 골프실력은 백지장 차이다. 게임의 승패는 오히려 그날그날의 컨디션과 코스조건, 바람의 세기 등 ‘운’에 달렸다고 하는 게 정설에 가깝다.‘언제라도 우승할 수 있는 선수’란 말이 그래서 나온다. 기계적 기량을 가진 프로골퍼들이 이럴진대 아마추어야 말할 나위가 없다.‘운칠기삼’이란 용어가 있을 정도다.
더구나 판사가 ‘내기골프가 도박행위라면 박세리 박지은 선수 등의 스킨스 게임도 도박죄에 해당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은 지나친 단순논리다. 진짜 도박이라도 국가가 정책적 견지에서 도입한 폐광지역의 카지노는 죄가 되지 않는다. 도박 금지의 이익보다 허용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요컨대 박세리의 ‘내기 골프’는 일반인의 ‘내기 골프’와는 다르다.
결국 도박죄의 성립은 승패의 우연성 여부와 함께 도박에 건 재물의 규모, 참여자들간의 관계, 사회에 끼치는 영향 등이 기준이 돼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판례도 그래 왔다. 억대 내기골프가 불법이 아니라면 골프장뿐만 아니라 그밖의 각종 스포츠경기장, 인터넷 공간 등이 내기 천국이 된다고 해도 막을 길이 없을 것이다. 사행심이 일상화되는 곳에서는 건전한 근로의식이 발붙이기도 어렵다. 다행히 하급심의 판결이다. 국민의 법감정에 혼란을 주지 않는 상급심의 판결을 기대한다.
신연숙 수석논설위원 yshin@seoul.co.kr
햄버거 내기에도 당당히 ‘사행심조장’이란 딱지를 붙일 수 있었던 우리 사회의 재물(財物)의식이 몇년 사이에 급변한 것일까.32회에 걸쳐 8억원이 오간 내기골프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오고간 재물의 액수가 아니라 골프 승부의 우연성 여부를 문제삼았다. 우연성은 도박죄 구성의 핵심요소인데 골프의 경우 기량에 따라 승부가 결정되지 우연성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므로 도박이 아니라는 요지다. 그러나 이런 견해에는 반론이 많다.
우선 골프승부가 꼭 실력만으로 결정되느냐이다. 사실 세계 최고수준의 프로선수들의 골프실력은 백지장 차이다. 게임의 승패는 오히려 그날그날의 컨디션과 코스조건, 바람의 세기 등 ‘운’에 달렸다고 하는 게 정설에 가깝다.‘언제라도 우승할 수 있는 선수’란 말이 그래서 나온다. 기계적 기량을 가진 프로골퍼들이 이럴진대 아마추어야 말할 나위가 없다.‘운칠기삼’이란 용어가 있을 정도다.
더구나 판사가 ‘내기골프가 도박행위라면 박세리 박지은 선수 등의 스킨스 게임도 도박죄에 해당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은 지나친 단순논리다. 진짜 도박이라도 국가가 정책적 견지에서 도입한 폐광지역의 카지노는 죄가 되지 않는다. 도박 금지의 이익보다 허용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요컨대 박세리의 ‘내기 골프’는 일반인의 ‘내기 골프’와는 다르다.
결국 도박죄의 성립은 승패의 우연성 여부와 함께 도박에 건 재물의 규모, 참여자들간의 관계, 사회에 끼치는 영향 등이 기준이 돼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판례도 그래 왔다. 억대 내기골프가 불법이 아니라면 골프장뿐만 아니라 그밖의 각종 스포츠경기장, 인터넷 공간 등이 내기 천국이 된다고 해도 막을 길이 없을 것이다. 사행심이 일상화되는 곳에서는 건전한 근로의식이 발붙이기도 어렵다. 다행히 하급심의 판결이다. 국민의 법감정에 혼란을 주지 않는 상급심의 판결을 기대한다.
신연숙 수석논설위원 yshin@seoul.co.kr
2005-02-2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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