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수반이 지난달 타계하자 외신들은 그의 삶을 소개하면서 숱한 죽음의 위기를 넘긴 ‘사막의 불사조’‘9개의 목숨을 가진 고양이’라고 불렀다.‘9개의 목숨’운운한 까닭은 ‘고양이는 9개의 목숨을 가졌다.’라는 서양 속담이 있기 때문이다. 오랜 옛날 서양인들은 고양이를 목숨이 매우 질긴 동물, 또는 죽었다 되살아나는 신비의 동물로 여겼으며 그같은 이미지가 전해져 속담이 생겨났다고 한다.
그런데 서양에서 고양이의 목숨이 질기기는 정말 질긴 모양이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에 사는 한 여성이 애완용 고양이 ‘니키’가 죽자, 애완동물 복제 전문기업에 맡긴 피부 조직을 이용해 복제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에 든 비용은 5만달러(약 5200만원). 그래도 주인은 ‘리틀 니키’라 이름 붙인 이 복제품이 겉모습은 물론 성격까지 ‘니키’와 똑같아 크게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를 접하자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복제를 한 주인이야 흐뭇하겠으나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라는. 그동안 양·쥐·소 등이 복제돼 나왔지만 이는 실험실 차원에서 존재하는 데 불과했다.‘니키’가 환생함으로써 복제품은 이제 생활에 직접 끼어든 것이다.‘니키’가 사라진 뒤 안도했던 이웃이 있었다고 치자. 그런데 죽었던 그 고양이가 ‘리틀 니키’로 되살아나 담장에 앉아 자신을 빤히 바라본다면? ‘리틀 니키’를 복제해낸 회사는 몇달 안에 개도 복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흐름대로라면 복제인간이 등장하는 날도 그리 멀지는 않을 터인데 그에 따른 파장이 어느 정도나 퍼져나갈까 상상하기조차 두렵다.
‘고양이는 9개의 목숨을 가졌다.’라는 속담은 쓸데없는 일에 관심 갖지 말라는 경구로도 쓰인다. 고양이처럼 호기심이 많아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기웃거리다가는 목숨이 9개라도 모자란다는 뜻이다. 그래서 서양에는 이 의미를 명확히 하는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였다.’는 또 다른 속담이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은 사랑을 되살리고자 애완 고양이 ‘니키’를 복제했다. 그런데 이 환생은, 호기심을 못 견뎌 열어본 판도라의 상자처럼 인간에게 새로운 시련을 안겨줄 모양이다. 목숨 질긴 고양이는 역시 요물인가.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그런데 서양에서 고양이의 목숨이 질기기는 정말 질긴 모양이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에 사는 한 여성이 애완용 고양이 ‘니키’가 죽자, 애완동물 복제 전문기업에 맡긴 피부 조직을 이용해 복제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에 든 비용은 5만달러(약 5200만원). 그래도 주인은 ‘리틀 니키’라 이름 붙인 이 복제품이 겉모습은 물론 성격까지 ‘니키’와 똑같아 크게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를 접하자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복제를 한 주인이야 흐뭇하겠으나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라는. 그동안 양·쥐·소 등이 복제돼 나왔지만 이는 실험실 차원에서 존재하는 데 불과했다.‘니키’가 환생함으로써 복제품은 이제 생활에 직접 끼어든 것이다.‘니키’가 사라진 뒤 안도했던 이웃이 있었다고 치자. 그런데 죽었던 그 고양이가 ‘리틀 니키’로 되살아나 담장에 앉아 자신을 빤히 바라본다면? ‘리틀 니키’를 복제해낸 회사는 몇달 안에 개도 복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흐름대로라면 복제인간이 등장하는 날도 그리 멀지는 않을 터인데 그에 따른 파장이 어느 정도나 퍼져나갈까 상상하기조차 두렵다.
‘고양이는 9개의 목숨을 가졌다.’라는 속담은 쓸데없는 일에 관심 갖지 말라는 경구로도 쓰인다. 고양이처럼 호기심이 많아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기웃거리다가는 목숨이 9개라도 모자란다는 뜻이다. 그래서 서양에는 이 의미를 명확히 하는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였다.’는 또 다른 속담이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은 사랑을 되살리고자 애완 고양이 ‘니키’를 복제했다. 그런데 이 환생은, 호기심을 못 견뎌 열어본 판도라의 상자처럼 인간에게 새로운 시련을 안겨줄 모양이다. 목숨 질긴 고양이는 역시 요물인가.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2004-12-2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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