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에] 기독교 NGO의 미래/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토요일 아침에] 기독교 NGO의 미래/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입력 2004-12-04 00:00
수정 2004-12-0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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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독교 NGO 출발은 때늦은 감이 있다. 좀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지금쯤은 성숙한 모습으로 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었을 터인데 그렇지 못해 오해도 많고 변명도 많다. 어느 종교치고 교리적인 면과 사회적인 면이 겹치는 부분이 없겠는가. 교리적인 부분에만 치중한다면 세상을 외면한 도피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고 사회적인 면에만 치중한다 해도 정치적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진정한 교회의 참 모습은 바다 위에 떠있는 배와 같다. 배가 교회라면 바다는 세상과 같다. 아무리 큰 폭풍이 오고 파도가 거세게 쳐도 배는 바다 위에서 항해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교회는 세상 속에 존재하며 세상을 위해 존재하지만 세상의 방법이나 법칙이 교회를 지배하게 하면 침몰하게 된다. 바다의 물이 배 안에 들어오지 않게 하면서 끊임없이 물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구원선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기독교 NGO의 모습이다.

진정한 기독교 NGO를 하려면 첫째, 동기나 행위가 순수해야 한다. 집단의 힘을 믿거나 물리적인 힘을 의지해서 여론을 만들려는 유혹을 단호히 거절할 필요가 있다. 특별히 정치적인 사안이라 할지라도 정치적인 오해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독교 NGO의 목적은 예수님의 정신을 가지고 세상을 변화시키고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둘째, 원칙과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신뢰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다. 말씀의 원칙과 방법론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필요하다. 사람의 눈치를 보거나 여론의 향방에 의해 의사를 결정하지 않아야 한다. 오직 하나님의 말씀에 기초해서 원칙을 지키며 순교를 각오하면서 화해자로 존재하는 것이다. 고집과 믿음은 다르고 겸손과 아부는 다르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기독교 NGO는 이 사회의 기준과 방향을 세우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셋째, 어떤 혜택과 이익을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언제나 빈손이어야 하고 가난한 마음이 되어서 살면 부끄러움이 없다. 기독교 NGO는 기싸움이나 말싸움이 아니라 자기희생이요, 헌신이다. 그것은 분노와 미움이 아니라 사랑과 긍휼이다. 그래서 어떤 이익이 생길 때 피하는 지혜가 필요하고 피할 수 없을 때 그것을 모든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어는 여유가 필요하다.

넷째, 비폭력이어야 한다. 폭력에는 언어의 폭력이 있고 정신적인 폭력도 있다. 진실을 말하고 사실을 전하는 것이 중요하지 상대방에게 주먹질을 하고 치명상을 입히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쥐를 잡으려다 장독을 깨서는 안 되며 빈대를 잡으려고 집에 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잘못된 것을 고치자는 것이지 상처주자는 것이 아니고, 개혁하자는 것이지 혁명하자는 것이 아니다.

기독교 NGO를 보고 환영하는 사람도 있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문제는 환영인가 비판인가가 아니라 정도를 걷고 있는 것인가가 중요하다. 기독교의 존재 모습은 세상을 떠나서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 한 복판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기독교 NGO에 바라는 것이 있다. 첫째, 이 세상에 거리끼거나 불편한 존재가 아니라 등대가 되는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 빛이 어둠을 밝혀 주듯 모든 사람에게 희망이 될 때 의미가 있을 것이다.

둘째, 기독교 NGO는 이 세상의 소금이 되어 부패를 막고 음식에 절묘한 맛을 주는 역할을 하게 되기를 바란다. 잘못된 것을 고치고 구부러진 것을 곧게 하기를 바란다. 셋째, 기독교 NGO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누룩이 되기를 바란다. 갑자기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눈에 보이지 않듯 변하는 것이다.

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2004-12-0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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