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미국의 대외정책 성향/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열린세상] 미국의 대외정책 성향/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입력 2004-10-26 00:00
수정 2004-10-26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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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정치 갈등 못지않게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이 다음 주에 실시될 미국의 대통령 선거다. 이번만큼 미국의 대선이 세계의 주목을 받는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한국과 북한의 관심은 더욱 각별하다. 부시 대통령에 의해 ‘악의 축’으로 규정된 북한은 그가 이번 선거에서 떨어지기를 간절히 바랄 것이다. 한국에서도 부시 대통령의 낙선운동을 펼치는 이들이 있다.

남북한이 부시 대통령의 재선 여부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미국의 대북정책과 관련이 있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때문에 북한의 ‘핵 억제력’이 강화됐으며, 이라크전쟁 이후 미국이 다음에는 북한을 공격할 것이라고 주장해오고 있다. 한국에서도 미국이 북핵 시설을 선제공격할 것이며, 그 준비를 위해 주한미군의 한강이남 재배치를 추진한다는 시각이 있다. 이래저래 부시 행정부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의 케리 후보가 당선되면 미국의 대북정책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친다.

하지만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은 냉전시기에 오히려 더 강했으며, 주한미군의 한강이남 재배치는 차질없이 진행되어도 2008년 말에나 완료된다. 케리 후보는 당선될 경우, 해외주둔 미군재배치는 추진하되 주한미군 감축은 대북교섭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반도위기설을 주장하던 이들은 부시가 재선되든 케리가 당선되든 미국이 북핵을 자국 안보의 최대 위협요인으로 간주하는 한, 각종 이유를 대서라도 그 위기설을 반복할 것이다.

미국 대통령은 미 국민이 뽑는다. 우리로서는 누가 당선되든 우리의 국익을 위해 차분하게 차기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예상해보고, 필요한 준비를 하는 게 최선이다. 따라서 미국의 대외정책 성향을 살피는 것은 그러한 준비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1980년대 이래 나타난 미국 대외정책의 국제주의 경향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냉전 종식 이후 유일 초강대국이 된 미국은 새로운 세계질서 구축을 위해 스스로 ‘국제경찰국’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부시나 케리나 똑같이 세계문제에서의 미국 지도력을 강조한다. 미국은 자국의 국익에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한, 세계의 문제에 대한 지도국가로서의 행보를 계속할 것이다.

둘째, 미국은 대외문제 해결에서 자국 이익의 경중을 따져 현안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실용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미국의 안보이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면 공화당이나 민주당 정부 여부에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미국은 도덕 외교나 이상주의 외교를 내세우면서도 자국의 실익을 위해서라면 그를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북한핵의 위험성이 더 가중되었다고 보는 케리나 김정일을 더 회의적으로 보는 부시로부터 북한이 요구하는 수준의 양보는 기대하기 어렵다.

셋째, 냉전 종식 이후 미국 대외정책의 핵심은 대량살상무기 및 미사일 확산 방지이다. 특히 9·11 사태는 미국의 본토 안보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부시와 케리 모두 미국 본토 방위를 위해 대량살상무기 및 미사일 확산문제의 근본해결이 필요하다고 본다. 북한은 이란과 함께 미국의 정책목록의 최우선순위에 있다. 협상 및 접근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공화당이나 민주당은 미국의 외교력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활용하려 한다는 점에선 동일하다.

넷째, 북핵문제 및 지역질서의 안정 외에 동북아지역에 대한 미국의 정책 초점은 중국의 패권주의 견제와 경제적 이익의 확보다.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은 이러한 미국의 이익 달성에 도움이 되는 상호성을 가질 때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다. 부시나 케리에게 북한문제는 미·중 관계 구도 속에 있으며, 북한에 인권, 자유,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전파하려는 목적은 같다.

지난 선거 때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다음 주 초 차기 미 대통령이 결정된다. 누가 선출되는지도 중요하지만 미국의 대외정책 성향에 대한 이해가 우리에게는 보다 중요하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04-10-2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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