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문학사에서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만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작품도 찾아보기 쉽지 않을 것 같다.1808년 나폴레옹은 괴테를 만났을 때 그 책을 두 번이나 읽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일흔일곱 살이 되었을 때 괴테는 이 소설과 관련하여 말하였다.“나는 살았고, 사랑하였으며, 아주 많은 고통을 겪었다! 누구든지 만약 자신의 생애에서 한 번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가슴에 와닿으면서 마치 그 책이 오직 자신을 위하여 쓰여진 것처럼 느껴지는 때가 없었다면 그 삶은 참으로 비참할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또 다른 이유로 뭇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 실연 당한 뒤 슬픔에 못 이겨 자살한 주인공 베르테르는 독일은 물론이고 국경을 넘어 프랑스의 젊은이들에게도 자못 큰 영향을 끼쳤다. 사랑에 절망하고 강물에 뛰어들어 자살한 젊은이들의 호주머니 속에는 늘 괴테의 이 소설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이 소설이 나온 뒤로 자살자의 수가 급격하게 치솟았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라이프치히, 바이에른, 오스트리아에서 금서 목록에 오르는 불운을 맞기도 하였다. 괴테는 독자들에게 제발 베르테르를 따르지 말라고 충고할 정도였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문학사에서 최초로 ‘상품 열풍’을 일으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베르테르가 소설 속에서 사용한 장신구가 젊은 세대에게 크게 유행하였다. 젊은 남자들은 베르테르처럼 노란 조끼를 즐겨 입었으며, 젊은 여자들은 ‘베르테르 향수’를 뿌렸다. 비단 그것만이 아니다. 놋쇠 단추가 달린 푸른색 프록 코트며, 위를 접어올린 갈색장화, 둥근 펠트모자 등이 불티나게 팔렸다. 그런가 하면 베르테르 도자기 인형, 소설 속의 삽화를 그려넣은 찻잔, 베르테르 얼굴을 그린 부채들도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고 한다.
요즈음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방영한 TV드라마 ‘겨울 연가’가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는 모양이다. 이 드라마를 벌써 몇 번째 방영할 정도라니 그 인기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금년 연말에는 일본어로 더빙하지 않고 한국어로 그대로 방영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드라마를 한국어로 직접 듣기 위하여 몇 달 전부터 한국어를 공부해 온 극성 주부들도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이 드라마에 주연 배우로 출연한 배용준의 인기도 각별하다. 이른바 ‘욘사마 신드롬’이라고 하여 일본 열도가 시끌벅적하다. 우리말의 ‘님’보다도 더 높은 존칭어인 ‘사마’를 붙여 존경심을 나타낸다. 일본 총리까지 ‘욘사마’가 자신보다 더 인기가 있는 것 같다고 농담 아닌 농담을 할 정도이다.
뉴스 보도에 따르면 ‘겨울 연가’와 관련한 우리나라의 콘텐츠 산업과 관광수입도 짭짤한 모양이다. 올해 말까지 이 드라마와 관련한 콘텐츠 상품의 매출은 줄잡아 2000억원으로 예상되고, 드라마의 촬영지였던 용평과 춘천을 찾는 관광객도 엄청나게 늘었다. 연말까지 무려 수십만명의 일본 관광객이 한국을 찾을 전망이다.
그런데 관광수입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이 드라마를 통하여 일본 사람들에게 한국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심어 주었다는 점이다. 괴테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통하여 독일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프랑스 젊은이들을 끌어들인 것처럼,‘겨울 연가’도 한국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던 일본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데 크게 이바지하였다. 비록 이 드라마와 주연 배우에게 열광하는 사람들이 주로 30∼40대 가정주부들이라고는 하지만 그 효과는 아마 세대를 뛰어넘어 일본 사람 거의 모두에게 두루 미칠 것이다.“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격언을 요즈음처럼 실감하는 때도 없다.
김욱동 서강대 교수·문학비평가
그런데 이 작품은 또 다른 이유로 뭇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 실연 당한 뒤 슬픔에 못 이겨 자살한 주인공 베르테르는 독일은 물론이고 국경을 넘어 프랑스의 젊은이들에게도 자못 큰 영향을 끼쳤다. 사랑에 절망하고 강물에 뛰어들어 자살한 젊은이들의 호주머니 속에는 늘 괴테의 이 소설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이 소설이 나온 뒤로 자살자의 수가 급격하게 치솟았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라이프치히, 바이에른, 오스트리아에서 금서 목록에 오르는 불운을 맞기도 하였다. 괴테는 독자들에게 제발 베르테르를 따르지 말라고 충고할 정도였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문학사에서 최초로 ‘상품 열풍’을 일으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베르테르가 소설 속에서 사용한 장신구가 젊은 세대에게 크게 유행하였다. 젊은 남자들은 베르테르처럼 노란 조끼를 즐겨 입었으며, 젊은 여자들은 ‘베르테르 향수’를 뿌렸다. 비단 그것만이 아니다. 놋쇠 단추가 달린 푸른색 프록 코트며, 위를 접어올린 갈색장화, 둥근 펠트모자 등이 불티나게 팔렸다. 그런가 하면 베르테르 도자기 인형, 소설 속의 삽화를 그려넣은 찻잔, 베르테르 얼굴을 그린 부채들도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고 한다.
요즈음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방영한 TV드라마 ‘겨울 연가’가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는 모양이다. 이 드라마를 벌써 몇 번째 방영할 정도라니 그 인기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금년 연말에는 일본어로 더빙하지 않고 한국어로 그대로 방영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드라마를 한국어로 직접 듣기 위하여 몇 달 전부터 한국어를 공부해 온 극성 주부들도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이 드라마에 주연 배우로 출연한 배용준의 인기도 각별하다. 이른바 ‘욘사마 신드롬’이라고 하여 일본 열도가 시끌벅적하다. 우리말의 ‘님’보다도 더 높은 존칭어인 ‘사마’를 붙여 존경심을 나타낸다. 일본 총리까지 ‘욘사마’가 자신보다 더 인기가 있는 것 같다고 농담 아닌 농담을 할 정도이다.
뉴스 보도에 따르면 ‘겨울 연가’와 관련한 우리나라의 콘텐츠 산업과 관광수입도 짭짤한 모양이다. 올해 말까지 이 드라마와 관련한 콘텐츠 상품의 매출은 줄잡아 2000억원으로 예상되고, 드라마의 촬영지였던 용평과 춘천을 찾는 관광객도 엄청나게 늘었다. 연말까지 무려 수십만명의 일본 관광객이 한국을 찾을 전망이다.
그런데 관광수입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이 드라마를 통하여 일본 사람들에게 한국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심어 주었다는 점이다. 괴테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통하여 독일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프랑스 젊은이들을 끌어들인 것처럼,‘겨울 연가’도 한국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던 일본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데 크게 이바지하였다. 비록 이 드라마와 주연 배우에게 열광하는 사람들이 주로 30∼40대 가정주부들이라고는 하지만 그 효과는 아마 세대를 뛰어넘어 일본 사람 거의 모두에게 두루 미칠 것이다.“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격언을 요즈음처럼 실감하는 때도 없다.
김욱동 서강대 교수·문학비평가
2004-10-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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