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성장률 5%’ 덫에 빠진 정부/김미경 경제부 기자

[오늘의 눈] ‘성장률 5%’ 덫에 빠진 정부/김미경 경제부 기자

입력 2004-10-02 00:00
수정 2004-10-02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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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금융기관이나 민간연구소들의 성장률 전망에는 관대하면서 우리(정부)가 말하는 전망은 왜 믿지 못합니까?”

아시아개발은행(ADB)에 이어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의 올 성장률 전망치를 5.2%에서 4.6%로 대폭 하향조정한 것이 알려진 지난달 30일,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 관계자들은 이런 불만을 표출했다.ADB가 성장률 전망을 4.8%에서 4.4%로 낮췄던 지난달 22일 이후 재경부 당국자들은 한목소리로 “외국기관들이 우리나라 성장률만 너무 낮추는데 정부는 여전히 5% 성장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역설했다.급기야 이헌재 부총리가 1일 긴급브리핑을 갖고,“외부에서 ‘한국 때리기’가 심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5%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근거는 하반기 들어 소비·설비투자가 조금씩 회복되고,수출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재정확대 및 감세,성장동력 투자 등도 효과를 발휘해 내년에도 5% 성장이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도 덧붙인다.그러나 이미 3∼4%대로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을 낮춘 외국기관들은 “고유가속 소비위축 지속,미국·중국경제 둔화 영향 등에 한국이 가장 노출돼 있다.”고 우려한다.이에 대해 재경부측은 “이들은 무책임하게 전망만 내놓고 수시로 바꾸지만 정부는 정책집행 등을 고려할 때 전망을 쉽게 바꿀 수 없다.”고 맞선다.

정부가 고용 안정,잠재성장률 유지 등을 위해 5% 성장을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체감경기가 꽁꽁 얼어붙은 데다 그동안 정부가 쏟아낸 정책들이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홀로 5% 성장’을 부르짖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5%라는 ‘숫자의 덫’에 빠져 허우적대면서 변명하기보다 이제라도 국민과 기업들을 안심시키고 신뢰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을 펴나가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chaplin7@seoul.co.kr
2004-10-0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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