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현지서 바라보는 美대선/이종수 연세대 행정학 교수

[열린세상] 현지서 바라보는 美대선/이종수 연세대 행정학 교수

입력 2004-09-02 00:00
수정 2004-09-02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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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하나의 국가이자 대륙이다.공간의 넓이만큼,싫든 좋든 국력에 있어서도 큰 나라이다.이라크와 전쟁을 수행하고 있지만,전시국가라는 표정은 찾아볼 수 없다.2004년 대선을 앞두고 전개되는 선거전에서 미국이 전시국가임을 읽을 수 있을 뿐이다.

미국의 대통령선거에서 전통적으로 문제시되었던 쟁점은 경제운영,의료와 세금정책,국민의 32%를 차지하는 비백인(非白人)의 권리확대 문제,동성결혼 및 낙태 등 사회변화 추세에 대한 입장이었다.

그러나,올해 실시되는 미국의 대선에서는 전쟁과 관련된 외교국방 문제가 핵심으로 떠올라 있다.이라크 침공에 대한 부시의 정당성,케리 후보의 베트남전 참전경력,테러 및 전쟁과 관련된 외교국방 정책이 첨예한 경합의 대상이 되고 있다.일단,부시 대통령은 한마디로 ‘나는 강력한 사람이다.’ 라는 입장을 전략으로 삼고 있다.8월30일부터 9월2일 사이 뉴욕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도 이러한 전략과 연계되어 있다.9·11 테러가 발생했던 바로 그 도시에서,그에 대한 미국의 대응과 전쟁의 불가피성을 유권자들에게 정면으로 설명하려는 전략이다.

국방이라는 문제는 민주당에 하나의 딜레마다.케리 후보 역시 평화와 도덕성을 외치고 있지만,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에 있어서는 차별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선거운동 초반부터 민주당은 케리의 베트남전 참전 경력을 핵심 무기로 설정한 바 있다.부시의 이라크 전쟁에 대한 정당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한편,케리 후보는 자원해서 베트남 전쟁에 참여한 진실된 애국자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고자 노력하였다.그러나,베트남전 참전용사 그룹중의 일부가 케리 후보의 베트남전 참전기록과 훈장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여 파문을 일으켰다.미국에는 대략 250만명의 참전용사들이 있는데,베트남전 참전 경력에 대한 시비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케리 측은 부시 후보측의 개입의혹을 강력히 제기하여 왔는데,결국 부시의 고위 선거참모인 긴스버그가 법률적 자문을 제공한 혐의를 시인하고 사임하는 사태가 벌어졌다.1971년 케리 후보가 의회에서 베트남 전 당시의 미군 잔혹성에 대해 증언한 내용을 비판하는 일에는 공화당의 밥 돌 전 의원이 총대를 멨다.

미국의 많은 유권자들은 케리 후보에 대해 심정적 호감을 갖고 있지만,케리에게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완전히 걷어내지 못하고 있다.케리 후보에게서 대안을 기대했던 언론들은 ‘과거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비판하며 대안을 채근하고 있다.35년 전 베트남전 참전경력 이외에 대통령으로서 미국을 이끌 비전과 방법을 보여 달라고 공화당 역시 공격에 나서고 있다.최근까지 케리는 47% 대 41%로 부시를 앞선 것을 비롯,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여 왔다.그러나,USA투데이와 CNN,그리고 갤럽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부시가 50% 대 47%로 케리를 앞섰다.유권자들은 아직도 경제는 케리,전쟁은 부시 후보에게 맡기려 하고 있다.부시는 공화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지지율 상승을 추구하겠지만,뉴욕에서는 전국에서 몰려든 수많은 시위대가 부시에 대한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이들이 평화적으로 시위를 진행할 경우,공화당의 전당대회 효과는 반감될 것이다.

전반적으로,지난 대선에서 나타났던 정치적 대결구도와 후유증이 아직도 미국사회에 지속되고 있는 느낌이다.당선자를 결정하기 어려울 만큼 팽팽하게 갈리는 지지율,격화된 정치 공방이 그대로 관찰되고 있다.금번의 첨예화된 부시- 케리 두 후보간 대결 역시,지난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미미한 지지율의 차이로 승패를 판가름내야 하는 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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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수 교수는 현재 풀브라이트재단의 지원을 받아 미국의 예일대 법대에서 연구중임.
2004-09-0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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