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이혼을 가볍게 여기는 나라/최진규 충남 서산시 서령고 교사

[발언대] 이혼을 가볍게 여기는 나라/최진규 충남 서산시 서령고 교사

입력 2004-08-21 00:00
수정 2004-08-21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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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을 맡은 학급의 아이들일수록 정확한 신상 파악은 무엇보다 중요하다.아이가 자라온 과정이나 현재 처한 가정환경을 담임교사가 이해하는 것은 효율적인 생활지도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아이 신상과 관련하여 해마다 급격하게 변화를 실감하는 부분이 있다.결손가정 아이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한창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할 나이에 결손가정이 된다는 것은 학교 교육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결손가정의 아이는 학교생활에 소극적이며 때론 반항적이다.또 정신적인 상처로 인하여 의욕을 잃고 쉽게 자포자기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2년째 담임을 맡은 아이가 있다.착한 심성에 비해 얼굴엔 늘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누구보다도 열심히 공부하는 듯했으나 성적은 늘 제자리였고,날이 갈수록 말수도 줄었다.가정환경을 어렵사리 파악한 결과,IMF이후 가정형편이 어려워지자 부모의 다툼이 잦아져 결국 이혼을 하기에 이르렀다.부모의 이혼은 아이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짐을 얹어주고 말았다.

부모의 이혼이 자녀 의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각종 조사에서 이미 밝혀졌다.

지난달 서울가정법원 소년자원보호자협의회가 전국 초·중·고생 2286명과 ‘비행청소년’ 495명 등 총 278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4.7%가 ‘상황에 따라 이혼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이는 청소년들이 가정해체를 유연하게 받아들인다는 의미로,자칫하면 이혼이 자라나는 세대의 문화적 양상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비행청소년’의 경우 38.8%만이 친부모와 함께 살며,친부모와 함께 살지 않는 이유는 이혼이 52.5%로 가장 많았다.일단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아이들은 그만큼 탈선과 방황의 길로 접어들기 쉽고 각종 범법행위에도 노출될 여지가 큰 것이다.결손가정 아이들을 보듬고 올바른 길로 이끌어야 할 학교도 인성교육보다는 입시교육에 치우쳐 제구실을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가정은 사회의 뿌리라 할 수 있다.지금과 같이 가정해체가 급속도로 진행된다면 국가경쟁력에도 치명적인 손상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아이들이 이혼을 가볍게 여긴다면 그런 나라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정부 당국은 가정이 흔들리면 국가도 흔들린다는 점을 명심하고 가정해체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여 건강한 가정살리기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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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규 충남 서산시 서령고 교사
2004-08-2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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