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개팔자/오풍연 논설위원

[길섶에서] 개팔자/오풍연 논설위원

입력 2004-08-20 00:00
수정 2004-08-20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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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여름 날 오후.큰 대청마루에서는 할머니가 손자를 껴안고 오수를 즐긴다.할아버지는 퇴침을 베고 사랑방에 누워 드렁드렁 코를 곤다.머슴들은 처마 밑 절구를 등받이 삼아 새우잠을 청한다.이렇듯 옹색한 사람의 낮잠에 비하면 개들은 형편이 훨씬 낫다.심술궂은 주인을 안 만나면 늘어지게 낮잠을 잘 수 있으니 말이다.그래서 개팔자가 상팔자라고 했던가.

요즘 들어 애완동물은 더 호강한다.개와 고양이 등 애완동물에 대한 주인들의 집착은 놀랍다.별별 희한한 상품들도 선보이고 있다.애완동물용 생수,강아지 요가,애완동물 보험,화장실 시트,신원확인용 DNA키트,강아지 선글라스 등.그러다 보니 각종 아이디어와 함께 관련산업도 날로 번창하고 있다.최근 영국 BBC 인터넷판에 따르면 애완동물 부고란이 등장했다.한 줄당 광고비용은 11.88파운드(4만원)로 사람의 부고광고 비용과 동일하다는 것.머잖아 애완동물용 수의(壽衣)까지 나올 판이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라.독거노인,소년·소녀 가장 등이 우리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린다.동물보다 이웃을 더 멀리하는 세태가 안타깝다.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2004-08-20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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