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노조,지하철노조,한미은행,LG정유 등 일부 공공부문과 대기업부문 중심으로 이어진 올해의 춘하투(春夏鬪) 노동쟁의는 다행스럽게 예상보다 빨리 마무리되고 있다.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올해 노동운동과 쟁의도 빛과 그림자가 교차한다.그러나 종합적인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는 어두운 면이 더 큰 것 같다.
올해 노동쟁의는 과거에 비해 연대투쟁이 강화된 점을 지적할 수 있다.이러한 양상은 적어도 노동운동 차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한국의 노동운동은 개별 사업장 중심으로 지나치게 분절화되어 있어 집중화가 어느 정도 필요하기 때문이다.또한 노사분쟁에 대한 정부의 직접 개입이 자제되고 직권중재도 최대한 억제됨으로써 노사자율 해결원칙이 강조되었다는 점도 노사관계정책측면에서 진일보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올해 노동쟁의는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며,또한 시사하는 바가 크다.무엇보다 우선 우리 노동운동의 핵심 극복대상인 조직이기주의와 분배주의 행태가 강화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는 점이다.예년과 같이 올해의 노동쟁의도 고임금의 정규직이 주도하였다.대규모사업장의 정규직 중심의 조직특성을 고려할 때 이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내부자집단에 해당되는 이들 기득권 근로자들의 임금인상과 근로조건개선이 중심 요구사항인데 반해 비정규직의 생존권차원의 요구가 제대로 제기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물론 올해 하투과정에서 기득권 노조에 의한 비정규직의 처우개선 요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그러나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존재하는 비합리적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해결프로그램이 충분히 제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현재와 같이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고임금정규직의 실질적인 양보 없이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것은 자명하다.
또한 파업이라는 극단적 쟁의수단의 남용으로 노사관계가 여전히 생산적이지 못하고 소모적이라는 점도 중요한 문제점이다.파업을 통해서 얻은 것이 무엇이며,과연 파업을 통하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수준인가를 노동운동의 진정한 리더라면 냉엄하게 성찰하면서 노동운동을 이끌어야 한다.특히 우리 경제의 어려움과 국민정서를 고려할 때 대기업 내부자집단의 과다한 임금 및 근로조건 요구는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노동운동은 결코 생명력을 오래 유지할 수 없다.
이상에서 제시한 올해 노동투쟁의 손익계산서를 종합하면 우리나라 노동운동이 현실 경제사회의 여건을 정확하게 천착하면서 국민경제적이고 미래지향적 차원에서 적합한 운동과제와 노선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추진전략도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의 노동시장에서는 고용형태의 다양화,내·외부자간의 격차의 확대,기능과 기술의 빠른 진부화와 새로운 근로능력의 요구,대규모의 고용기회 부족 등 과거 개발연대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과제가 대두하고 있다.지금의 분배주의 노동운동 노선은 이러한 새로운 사회경제여건에 부응할 수 없다.새로운 운동이념과 전략이 필요하다.그것은 참여와 협력의 파트너십 구축에서 찾아야 한다.그리하여 노사간의 핵심쟁점도 임금과 같은 현재의 파이 배분을 넘어서서,학습과 능력개발 등 미래지향적 파이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이러한 새로운 노사관계의 새싹이 우리의 산업 현장에서도 여러 곳에서 이미 돋아나고 있다.이러한 새싹이 잘 자라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사용자,시민단체의 새로운 파트너십 역할도 중요하지만,내부자 중심의 핵심노동운동진영의 혁신적 변모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장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
올해 노동쟁의는 과거에 비해 연대투쟁이 강화된 점을 지적할 수 있다.이러한 양상은 적어도 노동운동 차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한국의 노동운동은 개별 사업장 중심으로 지나치게 분절화되어 있어 집중화가 어느 정도 필요하기 때문이다.또한 노사분쟁에 대한 정부의 직접 개입이 자제되고 직권중재도 최대한 억제됨으로써 노사자율 해결원칙이 강조되었다는 점도 노사관계정책측면에서 진일보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올해 노동쟁의는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며,또한 시사하는 바가 크다.무엇보다 우선 우리 노동운동의 핵심 극복대상인 조직이기주의와 분배주의 행태가 강화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는 점이다.예년과 같이 올해의 노동쟁의도 고임금의 정규직이 주도하였다.대규모사업장의 정규직 중심의 조직특성을 고려할 때 이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내부자집단에 해당되는 이들 기득권 근로자들의 임금인상과 근로조건개선이 중심 요구사항인데 반해 비정규직의 생존권차원의 요구가 제대로 제기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물론 올해 하투과정에서 기득권 노조에 의한 비정규직의 처우개선 요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그러나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존재하는 비합리적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해결프로그램이 충분히 제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현재와 같이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고임금정규직의 실질적인 양보 없이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것은 자명하다.
또한 파업이라는 극단적 쟁의수단의 남용으로 노사관계가 여전히 생산적이지 못하고 소모적이라는 점도 중요한 문제점이다.파업을 통해서 얻은 것이 무엇이며,과연 파업을 통하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수준인가를 노동운동의 진정한 리더라면 냉엄하게 성찰하면서 노동운동을 이끌어야 한다.특히 우리 경제의 어려움과 국민정서를 고려할 때 대기업 내부자집단의 과다한 임금 및 근로조건 요구는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노동운동은 결코 생명력을 오래 유지할 수 없다.
이상에서 제시한 올해 노동투쟁의 손익계산서를 종합하면 우리나라 노동운동이 현실 경제사회의 여건을 정확하게 천착하면서 국민경제적이고 미래지향적 차원에서 적합한 운동과제와 노선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추진전략도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의 노동시장에서는 고용형태의 다양화,내·외부자간의 격차의 확대,기능과 기술의 빠른 진부화와 새로운 근로능력의 요구,대규모의 고용기회 부족 등 과거 개발연대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과제가 대두하고 있다.지금의 분배주의 노동운동 노선은 이러한 새로운 사회경제여건에 부응할 수 없다.새로운 운동이념과 전략이 필요하다.그것은 참여와 협력의 파트너십 구축에서 찾아야 한다.그리하여 노사간의 핵심쟁점도 임금과 같은 현재의 파이 배분을 넘어서서,학습과 능력개발 등 미래지향적 파이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이러한 새로운 노사관계의 새싹이 우리의 산업 현장에서도 여러 곳에서 이미 돋아나고 있다.이러한 새싹이 잘 자라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사용자,시민단체의 새로운 파트너십 역할도 중요하지만,내부자 중심의 핵심노동운동진영의 혁신적 변모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장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
2004-08-0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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