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맞장/심재억 문화부 차장

[길섶에서] 맞장/심재억 문화부 차장

입력 2004-08-05 00:00
수정 2004-08-05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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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까까머리 꼬맹이들 언죽번죽 무리지어 통정대부 묘지로 몰려갔다.잔디가 잘 자라 맞장에는 그만인 곳이다.상대는 대촌 ‘어깨’ 상만이.교실에서 우연찮게 ‘얌마,점마’했던 것이 그만 “한판 붙자.”로 비화하고 말았다.

애들 싸움답게 붙잡고 구르다 냅다 쥐어박았는데,운좋게도 내 주먹이 상만이 코를 맞혀 코피가 주루룩 흘렀다.그걸로 싸움이 끝났는데,누가 나불거렸는지,소문이 내 걸음보다 빨랐다.집에 들어서자 “깡패가 되려고 쌈질만 하고 다니느냐?”는 어머니의 질타가 따가웠다.“애들도 더러 싸워야 막힌 곳이 뚫린다.”는 삼촌의 역성으로 매타작을 면했지만,그 후에도 나는 아니다 싶으면 맞장을 사양하지 않았다.

그런 전력 때문일까.“이제는 여야간에 싸우지 않고….”라던 선량들의 맹세가 아무래도 미심쩍더니,아니나 다를까 지금 여야가 정체성을 두고 된통 붙었다.나름대로 싸움질에 내력이 있어 말하거니와,국가의 정체성 문제를 도마 위에 올렸다면 적당히 떠들다 덮을 요량들 하지 말고 진실을 밝혀내는 게 옳다.박 터지게 붙다 보면 더러 좋은 세상의 디딤돌이 놓이기도 하는 것이니,부디 후회없이들 싸워보시라.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2004-08-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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