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요산요수 서울/임태순 수도권 부장

[데스크 시각] 요산요수 서울/임태순 수도권 부장

입력 2004-07-30 00:00
수정 2004-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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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홍제천 앞을 지나면서 뭔가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며칠간 내린 비가 그친 이날 아침 홍제천은 평소의 메말라 있던 모습과는 달리 물을 가득 안고 넉넉히 흐르고 있었다.장마 뒤끝이어서 끄물끄물한 하늘도 걷히고 날씨도 무덥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둑방에 나와 조깅을 하거나 산책을 하고 있었다.

여유있게 흘러가는 홍제천을 보는 순간 마음이 한결 넉넉해졌다.아 시냇물 하나로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바뀔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옛날 일이 떠올랐다.

1980년대 후반 지방 중소도시를 취재하면서 경북 영천을 들렀다.당시 영천 시내를 가로지르는 금호강은 수량이 많지 않았다.강폭은 넓었지만 가운데로 물이 졸졸졸 흘러 빈약하기 그지없었다.상류에 댐이 생기면서 가둔 물을 포항쪽으로 흘려 보냈기 때문이다.마을주민들은 “강물이 메마르니 사람들의 마음도 덩달아 메말라 가는 것 같다.”면서 강에 물이 없는 것을 아쉬워했다.

서울에 하천은 모두 36개가 있다.그러나 그동안 서울의 하천은 죽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0,70년대 개발시대를 거치면서 한강은 오염되고 서울시민들의 물놀이 장소인 뚝섬은 사라져갔다.청계천 역시 오·폐수,악취로 중병을 앓다 아예 복개돼 버렸다.콘크리트로 지저분한 것을 뒤덮어버리니 보지 않아 좋고 복개된 곳에 도로를 세웠으니 일거양득이었던 셈이다.이후 다른 하천들도 복개하기에 바빴고,복개된 공간은 도로,주차장으로 이용됐다.그렇게 서울의 하천은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그나마 있는 것들도 건천이 돼 냇가의 추억은 전설이 되고 말았다.

하천 복원의 계기가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청계천이다.지난해 청계천 복원공사 이후 일선 자치구들이 하천 되살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는 한강과 지하철에서 나오는 지하수를 끌어들여 건천인 성내천에 물이 흐르게 했다.물고기가 헤엄치고 어린 아이들이 개울가에서 멱을 감게 됐다.

얼마전 안양천에서는 민물게,가재가 발견됐다.수질개선 노력으로 물이 맑아졌기 때문이다.이러한 노력이 이어지면 서울의 냇가에서 천렵을 즐길 날도 멀지 않게 될 것이다.

서울시 이문희(李汶熙) 치수과장은 “하천이 복원돼 도로가 없어지니 동네가 조용해지고 게다가 맑은 물까지 흘러 집 근처에 정원이 생긴 느낌이라는 말을 주민들로부터 많이 듣는다.”면서 “서울 하천 종합복원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유정희 의원은 집 근처의 도림천 살리기 운동에 매달리고 있다.도림천에서 영상제를 열어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그는 “물은 생명의 근원인 만큼 깨끗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아이들이 맑은 물에서 물장구를 치고 뛰놀면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공자는 어진 사람은 산처럼 몸가짐이 무겁고 덕이 두터워 산을 좋아하고(仁者樂山) 슬기로운 사람은 막힘 없이 흐르는 물처럼 사리에 밝아 물을 즐긴다(智者樂水)고 했다.

서울은 북한산,관악산,도봉산 등 명산으로 둘러싸여 있다.이제 하천이 되살아나 막힘 없이 흐르는 물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게 되면 서울 사람들은 어짐에 슬기까지 갖추게 될 것이다.

요산요수(樂山樂水) 서울이다.

이종민 서울시의원 “좋은 사업일수록 더 세심하게”… ‘더 아름다운 결혼식’ 이용편의·공정성 개선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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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순 수도권 부장 stslim@seoul.co.kr
2004-07-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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