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休테크’적 휴가문화/윤창번 하나로텔레콤 사장

[CEO 칼럼] ‘休테크’적 휴가문화/윤창번 하나로텔레콤 사장

입력 2004-07-26 00:00
수정 2004-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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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번 하나로텔레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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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15일자 한 조간 신문엔 다음과 같은 헤드라인의 기사가 올라 왔다.‘용감한 휴가,관행 깨고 1주일’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기사의 주인공인 모 장관은 통상적으로 휴가를 가지 않거나 3일 이내로 다녀오던 장관들의 휴가 관행을 깨뜨리고 당당하게 1주일간 휴가를 다녀왔다.

‘여가’는 희랍어로 ‘스콜레(Scole)’라고 말한다.‘스콜레’가 바로 오늘날 학습을 의미하는 학교(School)나 학자(Scholar)의 어원이라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쉰다는 말은 곧 교양을 쌓고 자기 수양을 한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얘기다.

‘쉬다(休)’와 ‘기술(Tech)’을 합성한 신조어가 ‘휴테크’다.창의력이 미래를 이끌어 나갈 중요한 키워드라는 것을 고려해 보면 ‘휴테크’가 지닌 잠재적 가치는 무한하다.

지나치게 노는 것에만 탐닉해 결국 멸망에 이르렀던 로마와 달리 유대인들에게는 균형있게 쉬는 방법을 교육받을 수 있었던 그들만의 종교적 제도가 있었다.안식일과 안식년을 통해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쉬는 법을 몸으로 터득할 수 있었고,이것이 바로 창의력을 만들어 내는 토양이 됐다.그래서 혹자는 유대인들의 성공 뒤에는 휴식이 있었다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얼마 전 최고경영자(CEO)의 여름휴가와 관련된 한 조사가 직장인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매출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매년 휴가를 가는 CEO는 10명 중 2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 휴가 시즌이 찾아왔다.그러나 최고경영자들이나 적잖은 직장인들이 불투명한 경기 전망에다 산적한 현안으로 휴가를 포기하거나 휴가를 가게 되더라도 조용히 집에서 보낼 전망이라고 한다.

나이키는 디자인 예산의 상당 부분을 기한이 없는 여행에 배정해 놓고 있다.디자이너들이 원하는 때에는 언제든지 사무실 바깥 세상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도록 회사가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이렇듯 회사는 1년에 한 번이라도 직원들이 사무실을 벗어나 충분히 재충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독려해 줘야 한다.또한 직원들은 이 시간을 삶의 자극제로 삼아 더 큰 아이디어를 창조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주 5일제로 직장인들의 여가가 더욱 중요한 화두로 등장했다.그런데 문제는 아직까지 우리는 제대로 잘 쉬는 법에 대해 ‘학습’받지 못했다는 사실이다.모처럼만의 휴가라지만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쉬어야 할지 몰라 길거리에서 시간만 낭비하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직장인들도 많다.

진정한 휴식은 그저 웃고 즐기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반성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며,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거울이기도 하다.이번 휴가에는 조금은 특별한 여행을 떠나보자.그 여행은 굳이 밀리는 고속도로를 달리거나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된다.바로 나로부터 출발해 또 다른 나로 돌아오는 여행이다.내 안의 나를 들여다보고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것,그것이 바로 이번 휴가의 출발점이자 최종 목적지이기도 하다.그리고 이 여행은 더 즐겁고 더 많은 일을 해내기 위한 샐러리맨의 의무 사항이기도 하며,미래를 향한 자기 경영 전략이기도 하다.

지난 7월18일 1년 전 기사의 주인공이 또다시 같은 내용으로 언론에 보도됐다.‘올해도 긴 여름휴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으며 잘 쉬는 법,그리고 당당하게 휴가를 보내는 우리 사회 ‘休테크적’ 휴가 문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윤창번 하나로텔레콤 사장
2004-07-2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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