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지역발전의 진정한 의미/강형기 충북대 교수 ·지방자치학회 명예회장

[열린세상] 지역발전의 진정한 의미/강형기 충북대 교수 ·지방자치학회 명예회장

입력 2004-07-21 00:00
수정 2004-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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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의 균형발전이 시대의 화두이다.대통령부터 말깨나 한다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마디씩 한다.과연 균형발전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이고,이 말에 담긴‘발전’이란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그리고 한 지역이 발전한다는 것은 어떠한 상태가 되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우리는 이러한 질문에 대답할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지역발전’과 ‘균형발전’이라는 말을 너무나 쉽게 써온 것은 아닌가.

영어로 발전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develop’의 반대어는 ‘envelop’이다.‘envelop’이라는 말은 꾸러미를 싸거나(包) 짐을 묶는 것을 의미한다.반면 ‘develop’이란 말은 푸는 것 또는 묶음에서 해방시키는 것을 의미한다.발전이란 식물로 말하자면 종자가 싹을 내고,싹이 줄기와 잎으로 변해 가는 것이다.곤충으로 말한다면 알이 유충으로,유충이 번데기로,번데기가 성충으로 변하는 것이 발전이다.그러나 나무가 책상으로 변한 것을 발전했다든가,성장했다고 말하지 않는다.외부로부터의 압력으로 변형되어지는 것을 가지고는 발전이라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의 발전도 마찬가지이다.지역발전의 근본은 외부에서 공공기관과 기업을 유치해오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내재해 있는 개성을 특화시키고 자원을 개화시키는 것이다.지역 발전의 개념을 이렇게 정립해 보면 여러 지방이 추구하는 발전전략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여러 지방들이 토착문화를 육성하고 내생적인 산업구조의 전환을 추구하기보다는 공공사업과 정부기관의 유치에만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지역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외부로부터 기업과 공공기관을 유치해 오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역에 내재해 있는 능력을 발휘시키는 것이다.공공사업과 공공기관의 유치는 지역에 내재하는 능력을 북돋우는 보조수단으로서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본질이 없고 그 보조수단만을 강조한 지역개발은 애당초 발전해 나갈 여지를 갖고 있지 않다.

지난 세월 동안 우리나라에서의 지역개발전략은 중앙집권에 의해,‘성장의 축(growth pole)’을 대도시나 특정권역에 만들고 그 파급효과 또는 균점효과(均霑效果)를 차하위 지역에 파급시키는 것이었다.그 결과 지역간 불균형은 더욱 심화되었고,지역은 국가에 의존할 뿐 스스로 책임지지 않았다.또한 자신의 지역이 국가의 정책적 배려에서 소외되어 왔다고 주장하면서,지역이 발전하지 못한 책임을 송두리째 국가에 전가하는 풍토를 만들어 버렸다.

“우리 지역에는 자원이 없다.”고 말하는 지역에 가보면 없는 것은 자원이 아니다.자원을 볼 줄 아는 눈이 없고,자원을 활용할 줄 아는 지혜와 지역의 가능성에 매달리는 애착이 없다.미성숙한 공무원들에게 일을 시키면 ‘돈이 없다.’,‘권한이 없다.’는 말부터 한다.그러나 지역개발도 지방자치도 제도와 돈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제도의 장벽과 자원의 한계를 뛰어넘는 지혜와 애착,그리고 열정으로 하는 것이다.

요즈음 발전논의의 가장 큰 문제는 많은 지방이 지역에 내재하는 경영자원의 발굴보다 중앙정부의 지원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데 있다.국가가 균형발전을 말할 때 지방은 ‘개성발전’과 ‘특화발전’을 말해야 하지만,면 단위까지도 중앙에서와 똑같이 균형발전을 말하는 게 현실이다.지방이 균형발전을 외치는 이면에 절장보단(絶長補短)이라는 평준화 의식이 숨어있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높은 산을 깎아서 낮은 산에 보탠다는 절장보단의 의미처럼,균형발전이 하향평준화를 의미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개념은 본질을 바라보는 창(窓)이다.발전이란 개념이 잘못되면,균형발전 정책도 잘못되게 된다.‘다른 것’과 ‘틀린 것’이 같은 의미가 아니듯이,지역간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균형발전의 출발점이다.지역간의 차이가 곧 차별은 아닌 것이다.진정한 지역발전은 지역의 차이에 기초하여 개성있는 지역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우리가 달성해야 할 균형발전도 지역간 획일적 발전이 아니라 지역간 차이에 의한 발전이다.

강형기 충북대 교수 ·지방자치학회 명예회장
2004-07-2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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