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지식을 우리의 입장에서 체계적으로 분석하고,종합하여 활용하는 데 매우 약하다.이번 이라크 김선일씨 납치 사건을 계기로 한국의 정보력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한국에 장기적으로 진짜 중요한 것은 정보기관의 정보 수집 능력뿐만이 아니라 우리 정보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지식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앞으로 한국이 아랍세계에 더욱 깊이 관련하게 된다면 한국의 입장에서 정보처리를 가능케 하는 아랍세계에 대한 총체적인 지식 인프라가 필요할 것이다.아랍세계의 테러리즘,종교,역사,국제정치,문화 등과 관련한 전문가들이 모여 총체적인 그림을 그려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설사 중요한 정보가 스쳐간다 해도,그것이 중요한지,그리고 정작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정보기관에 정보요원 몇 사람 있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취약한 지식 인프라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다는 한·미관계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특히 지금과 같이 한·미관계가 중요하다고 인식되는 시기에도 지식 인프라는 전혀 가동되지 않고 있다.단적인 예로 한국에서 한·미간에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이에 대응하여 한·미간의 신뢰의 의미가 무엇인지,미국인이 생각하는 신뢰란 무엇인지,미국 사람과의 신뢰가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깨지는지에 대한 연구가 단 한 건이라도 있었는가? 그러한 연구에 기반하여 한·미간에 신뢰를 회복할 방안과 정책을 만들거나 권고한 사례가 단 한 건이라도 있었는가?
신뢰는 인간관계의 다각적인 모습이 담겨있는 문제인데,한·미간의 신뢰문제를 연구하는 역사학자,사회학자,인류학자,지리학자,교육학자,그리고 경제학자들은 지금 다 어디에 있는가? 왜 한·미관계는 미국정치학자나 안보전문가,외교관,언론인,군관계자들만이 추상적인 국가이익이라는 개념만을 가지고 분석하고 처방을 내 놓아야 하는가?
한·미관계는 국가간의 관계이지만 실제로는 한국사람과 미국사람과의 관계이다.따라서 한·미관계를 잘 만들어 가려면 우리가 상대하는 미국사람을 잘 알아야 한다.이는 미국정치에 관련한 단편적인 지식으로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미국 신문과 TV 뉴스만을 열심히 본다고 알 수 있는 일도 아니다.미국의 사회,미국의 지리,미국의 문화,미국의 다양한 거시 및 미시사,교육 시스템,그리고 사회심리 등에 대한 총체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미국은 엄청난 경쟁의 사회이다.그야말로 최고의 베스트만이 사회의 주류가 될 수 있다.그러한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낙오자로서 매우 외롭게 살아가야 한다.말하자면 사람이 경쟁시스템이라는 사회적 구조 속에 매몰된 매우 잔인한 사회가 바로 미국이다.따라서 이러한 시스템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엄청나게 전문적이지만 동시에 지독히도 경쟁적이다.
한국이 중요하게 상대하는 미국사람들은 주로 이러한 시스템의 한 가운데에 있는 사람들이다.그래서 이들과 업무적으로 만나서 한국사람과 같은 인간미를 느끼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미국의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언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최고가 될 때까지는 겸손할 수 없다.” 이러한 미국 사람을 상대로 할 때 신뢰를 어떻게 쌓고,어떻게 유지하는지 우리는 알고 있는가? 우리는 미국 사회에서 말하는 신뢰에 대해서 연구해 본 적이 있는가? 정치학자와 외교관 몇 사람이서 이러한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한·미간의 신뢰를 말한다면 지금이야말로 미국에 대한 다각적인 지역전문가를 양성하고 모아서 미국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지식 인프라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근 서울대 국제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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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앞으로 한국이 아랍세계에 더욱 깊이 관련하게 된다면 한국의 입장에서 정보처리를 가능케 하는 아랍세계에 대한 총체적인 지식 인프라가 필요할 것이다.아랍세계의 테러리즘,종교,역사,국제정치,문화 등과 관련한 전문가들이 모여 총체적인 그림을 그려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설사 중요한 정보가 스쳐간다 해도,그것이 중요한지,그리고 정작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정보기관에 정보요원 몇 사람 있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취약한 지식 인프라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다는 한·미관계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특히 지금과 같이 한·미관계가 중요하다고 인식되는 시기에도 지식 인프라는 전혀 가동되지 않고 있다.단적인 예로 한국에서 한·미간에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이에 대응하여 한·미간의 신뢰의 의미가 무엇인지,미국인이 생각하는 신뢰란 무엇인지,미국 사람과의 신뢰가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깨지는지에 대한 연구가 단 한 건이라도 있었는가? 그러한 연구에 기반하여 한·미간에 신뢰를 회복할 방안과 정책을 만들거나 권고한 사례가 단 한 건이라도 있었는가?
신뢰는 인간관계의 다각적인 모습이 담겨있는 문제인데,한·미간의 신뢰문제를 연구하는 역사학자,사회학자,인류학자,지리학자,교육학자,그리고 경제학자들은 지금 다 어디에 있는가? 왜 한·미관계는 미국정치학자나 안보전문가,외교관,언론인,군관계자들만이 추상적인 국가이익이라는 개념만을 가지고 분석하고 처방을 내 놓아야 하는가?
한·미관계는 국가간의 관계이지만 실제로는 한국사람과 미국사람과의 관계이다.따라서 한·미관계를 잘 만들어 가려면 우리가 상대하는 미국사람을 잘 알아야 한다.이는 미국정치에 관련한 단편적인 지식으로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미국 신문과 TV 뉴스만을 열심히 본다고 알 수 있는 일도 아니다.미국의 사회,미국의 지리,미국의 문화,미국의 다양한 거시 및 미시사,교육 시스템,그리고 사회심리 등에 대한 총체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미국은 엄청난 경쟁의 사회이다.그야말로 최고의 베스트만이 사회의 주류가 될 수 있다.그러한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낙오자로서 매우 외롭게 살아가야 한다.말하자면 사람이 경쟁시스템이라는 사회적 구조 속에 매몰된 매우 잔인한 사회가 바로 미국이다.따라서 이러한 시스템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엄청나게 전문적이지만 동시에 지독히도 경쟁적이다.
한국이 중요하게 상대하는 미국사람들은 주로 이러한 시스템의 한 가운데에 있는 사람들이다.그래서 이들과 업무적으로 만나서 한국사람과 같은 인간미를 느끼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미국의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언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최고가 될 때까지는 겸손할 수 없다.” 이러한 미국 사람을 상대로 할 때 신뢰를 어떻게 쌓고,어떻게 유지하는지 우리는 알고 있는가? 우리는 미국 사회에서 말하는 신뢰에 대해서 연구해 본 적이 있는가? 정치학자와 외교관 몇 사람이서 이러한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한·미간의 신뢰를 말한다면 지금이야말로 미국에 대한 다각적인 지역전문가를 양성하고 모아서 미국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지식 인프라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근 서울대 국제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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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1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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