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위원 칼럼] 정부 투자수익률과 언론/허행량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자문위원 칼럼] 정부 투자수익률과 언론/허행량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입력 2004-06-29 00:00
수정 2004-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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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시대를 맞아 1%의 금리,아니 0.1%를 좇아 예금을 이 은행에서 저 은행으로 옮기는 것이 우리 국민이다.금융기관은 한푼이라도 수익을 높여 돌려주지 못하면 고객으로부터 버림받고 시장에서 퇴출되게 마련이다.따라서 금리,즉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무한경쟁으로부터 유독 벗어나 있는 집단이 바로 정부,구체적으로 관료집단이다.정부의 서비스가 아무리 나빠도 내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로 이리저리 옮겨 다닐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물론 투자수익률이 높은 나라로 이민을 가거나 기업을 이전하면 되지만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참여정부에 대한 투자수익률이 낙제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는 많다.지난해 국민이 낸 세금은 1인당 3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서울신문 6월21일자).또한 한국조세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누리는 사회보장 등 복지혜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의 3분의1도 채 안 되지만,세금부담은 최고 15%나 높다(서울신문 6월22일자).

한마디로 국민 각자가 소득의 20%인 1인당 300만원을 정부에 투자했지만 정부로부터 받은 수익률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보장 등 복지혜택은 낙제점이라는 의미이다.

고 김선일씨의 피살도 정부에 대한 투자수익률을 보여주는 사례이다.이라크에서 피랍되었던 외국인의 국적은 다양하다.미국,폴란드,일본,중국,한국의 민간인이 인질로 잡혔지만 살해된 것은 미국과 한국의 인질뿐이었다.자국민 보호라는 서비스에서도 우리나라 정부에 대한 투자수익률은 낙제점인 셈이다.더욱이 정부,구체적으로 외교통상부 관료들은 김씨를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정부의 투자수익률이 낮은 것은 사회보장과 자국민보호만이 아니다.교육에 대한 투자수익률도 상대적으로 낮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교육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큰소리 친 지 수십년이 지났지만,해외로 유학을 떠나는 우리의 자녀들은 매년 늘고있다.이상한 것은 국내에 세계 유명대학 출신이 수만 명이 넘는 것 같은 데도 계속해서 교육경쟁력은 떨어지고 있다는 현실이다.

우리 정부의 이 같은 낮은 투자수익률이 우리 국민이 이민을 떠나게 만들고,우리의 학생이 유학을 가게 하고,기업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토록 하고 있다.투자수익률이 낮은 한국에서 살고,공부를 하거나 기업을 하기보다는 투자수익률이 높은 나라로 이민이나 유학을 가고,기업투자를 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모든 부문에서 투자수익률이 낮은 데도 매년 국민들은 세금을 더 내는 방식으로 강제투자를 하고 있다.언론 역시 세금이나 공공요금을 인상할 때마다 서비스의 투자수익률을 추적하기보다는 이를 합리화하는 데 그쳤다는 비판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다.한국에 오래 거주한 한 외국인은 재산세와 같은 세금을 올리는 데도 이를 비판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 언론밖에 없는 것 같다는 관전평을 내놓고 있다.

세금은 가급적 많이 거두되 국민에게 적게 돌려주는 나라,국민의 얼굴에서는 핏기가 사라져도 관청건물은 기름기가 도는 나라.정녕 개혁이 필요하다면 국민의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개혁이 가장 시급한 것이 아닌가 묻고 싶다.언론 역시 이런 정부의 투자수익률에 대해 철저히 추적,검증하고 개혁을 촉구하는 데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허행량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2004-06-2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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